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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자유게시판] 장점이 단점이고, 단점이 장점이다.
조회 133
회원이미지김은형
2008-04-04 14:32:03
 

2008.4.2 

장점이 단점이고, 단점이 장점이다.

 오늘은 생활놀이위원회 아이들과 모임을 갖는 날이다. 오늘은 학교에서 모임을 갖지 않고, 해태제과에서 공모하는 인형전시회를 함께 보고나서 저녁을 먹으며 모임을 가졌다.  생활놀이 위원회는 주로 생일잔치를 중심으로 일상적 놀이를 진행할 계획이어서 우리는 생일 파티에 대한 얘기를 주로 나눴다.

 처음에는 한 달에 한 번 정도 모아서 생일을 축하해주려고 했지만, 지난번 주나와 나연이 생일에 그랬던 것처럼 당일에 하는 것이 더 좋다는 의견이 많았다. 그래서 종례시간에 짧게 생일 축하연을 갖기로 했다. 케익대신 쵸코파이로 하고, 생일 축하 노래를 다함께 불러주고,  시낭송이나 가벼운 게임도 준비하자고 했다.

 가벼운 토론이 끝난 후, 나는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생활놀이 위원회 아이들은 남녀학생들이 섞여서 그런지 다소 수줍음을 많이 타고, 표현이 적은 편이었다. 그래서 조금 더 자신을 드러낼 수 있는 내용을 선택했다. 순서는 다음과 같았다.

<1부>

 1.자신의 단점(콤플렉스) 말하기

 2.자신의 자랑거리 말하기

<2부>

 1.친구의 단점 지적하기

2.친구의 장점 칭찬하기



 아이들은 먼저 자신이 부끄러워하는 단점들을 말했다. 수진이는 눈썹이 흐린 것을, 예지는 오다리에 볼이 늘 빨갛게 달아올라 있는 것을, 예안이는 다리에 난 털이, 지훈이는 짝눈에 짝궁뎅이인 것을, 선형이는 어깨가 작고, 평발이며 몸에 비해 엉덩이가 유난히 큰 것을 부끄럽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런 자신의 결함을 자신이 고백하기 전까지는 아무도 그런 단점이 있는지 몰랐다는 점이다. 어쩌면 우리는 모두 다른 사람들은 신경도 안 쓰고 알지도 못하는 문제에 대해 마음을 쓰고 있는 것이다.


두 번 째로 자신의 자랑 거리를 말했다. 수진이는 목소리가 예쁜 점, 예지는 눈썹이 그린 듯이 또렷한 점, 예안이는 성격이 좋은 점, 슬기는 보조개가 귀여운 점, 지훈이는 키 크고 공부 잘하는 점, 선형이는 얼굴이 잘생긴 것을 자랑했다.


 다음에는 좀 더 노골적인 진단에 나섰다. 친구의 문제점에 대해 공개적인 지적을 해보았다. 처음에는 머뭇거렸지만 아이들은 솔직하게 표현했다. 지훈이는 잘난 척 하고 귓속말을 하는 버릇이 있다. 선형이는 말이 많고 장난이 심하다. 슬기는 귀여운 척하는 모습이 거슬리고, 예지는 의사 표현이 없어 재미없다.  예안이 역시 의사표현이 분명하지 않고 어리버리하다. 수진이는 질 삐지고 남들이 웃을 때 안 웃는 게 나쁜 점이었다.

 다른 친구에 대해서 솔직하게 비판하다가도, 자기 차례가 돌아오면 ‘아, 무서워’ 하면서 움츠러들기도 했지만, 그래도 아이들은 진솔하게 표현했다. 또 자신의 단점을 인정하지 않으려고 변명을 하는 경우도 있지만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 지적하면 깨끗이 인정했다.

 

 마지막으로 친구의 좋은 점을 칭찬해주는 시간을 가졌다. 선형이는 잘생기고 유머가 많은 것을, 지훈이는 공부 잘하고 잘생긴 것을, 슬기는 귀엽고 공부 잘하는 것을, 수진이는 재미있고,  예안이는 착하고, 의리 있고, 재미있고, 친구들을 잘 챙겨주는 착한 마음을 칭찬받았다. 단점에 대해 비판을 받을 때는 모두 긴장한 모습이었지만, 칭찬을 들을 때는 예쁜 웃음으로 얼굴이 활짝 펴졌다. 모두들 기분이 좋아졌다.


 “어때, 자신의 장점이 단점이고, 단점이 장점이라는 점을 알 수 있겠지?”

 아이들은 모두 끄덕였다. 정말 그랬다. 공부 잘하고 얼굴이 잘생긴 것은 장점이지만 그것 때문에 잘난척한다는 말을 듣기 쉽다. 또 재미있는 성격은 장점이지만, 장난을 지나치게 해서 결국 단점이 되고 만다. 감정이 풍부한 건 좋지만, 잘 삐지는 건 좋지 않은 일이다. 어리버리한 점은 단점이지만 남의 말을 잘 들어주는 착한 모습은 좋다.


 프로그램을 끝내고 다시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었다. 서로에게 한 발 더 다가간 느낌이다. 비록 얼굴이 붉어지는 얘기들도 있었지만 서먹한 감정은 많이 사라지고 다정한 대화를 나누게 되었으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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