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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선생님 말씀은 하나님 말씀
조회 183
회원이미지김은형
2008-03-25 17:45:52
 

이천팔년 삼월 이십 오일 화요일


선생님 말씀은 하나님 말씀


 3월 초 ‘독서논술토론 수업’을 위한 ‘원미동사람들’을 읽고 있으라 미리 말했는데 벌써 한 달이 다 되어 가는 중이라, 얼마나 읽고 있는지 확인해보니 대명이만 손을 든다. 나는 좀 힘을 주어 진지하게 말했다.

 “선생님 말씀을 하나님 말씀으로 들어야 한다.”

 강도 높은 표현을 써서 그런지, 아이들은 놀란 눈으로 쳐다본다.

 “선생님 말씀만 하나님 말씀이 아니고, 부모님 말씀도 하나님 말씀이고, 친구들의 말씀도 하나님 말씀이다. 단, 그것이 옳은 말일 때만 말이다.”

 아이들의 눈빛은 빠르게 생각에 빠지고 있다. 나는 좀 더 길게 설명했다.


 선생님에게 무언가를 배우려는 사람이라면, 선생님을 존경하고 선생님의 한 마디  한 마디를 놓치지 않으려고 애써야 한다. 아직 젊고 어린 나이에 벌써 세상의 모든 것을 진지하게 고민하지 않고 귀찮다는 생각에 대충대충 넘어가려는 자세를 갖는다면 그 사람은 훌륭한 인물로 클 수 없다. 선생님 말씀을 하나님 말씀처럼 생각하고, 좋은 말을 들으면 수첩에 옮겨적고 다시 읽고 또 읽어가며 그것을 실천에 옮겨서 훌륭한 사람이 되겠다는 결심을 거듭해야 한다. 그것이 훌륭한 사람이 되는 지름길이다.


 나는 학과 공부에 대해서도 자세히 설명했다. 성적을 다른 사람과 경쟁, 비교하여 자신의 못남과 잘남을 가리는 것은 진정한 공부의 목적이 아니다. 진정한 공부는 자신과의 싸움일 뿐이다. 공부는 지식과 기능과 깨달음을 주며 그것은 모두 서로 연결되어 있다.

 열네 과목이나 공부하고, 거기다 계발활동에 봉사활동들, 또 다양한 방과 후 활동을 권하는 이유는 그 모든 것들에서 다 높은 점수를 받아야 훌륭한 사람이란 뜻이 아니다. 다양한 내용들을 체험해 봄으로써, 다양한 세계를 이해하고, 그 중에서 자신이 좋아하거나 잘할 수 있는 분야를 찾아 진로를 찾기 위함이다.

 지식은 모두 연결되어 있다. 기능도 서로 영향을 미친다. 인격적 깨달음은 말할 것도 없다. 문학을 공부하는 사람은 사회와 역사는 필수이며, 과학은 수학이나 기술과 깊은 관련을 갖는다. 한문시간에 열심히 문자습득을 한 사람은 일본어나 중국어를 공부할 때 큰 도움을 받는다. 모든 지식과 기능은 서로 시너지 효과를 일으킨다. 지식과 기능은 매우 중요하다. 그것은 문제해결능력의 기본이다. 지식과 기능을 갖춘 인품일 때 지도력과 문제해결력을 가진 리더쉽이 될 수 있다. 

 지금 점수가 부족하다는 것을 부끄러워할 일은 아니다. 그러나, 무엇인가 하나라도 더 배워서 나의 지식과 인격의 창고에 많은 것을 쌓고 싶다는 배움의 열망이 없다면 그것은 정말로 큰 문제다. 어린 나이에 벌서 삶에 대한 권태에 젖어 비루해지는 이유는 바로 공부의 진정한 목적을 찾지 못한 탓이다.


  ‘기쁜 마음으로 공부하라. 서로 성장하고 발전하도록 도우라. 혼자, 또 함께 노력하라. 배움의 행복을 맛볼 수 있어야 한다. 선생님의 이 말씀을 하나님의 말씀처럼 생각해라.’

 

 우리가 만난 후 첫 진지한 제안이다. 너무도 강력한 주장을 펼친 탓인지, 책을 읽는 아이들의 자세는 아주 반듯했다. 숨소리조차 나지 않는 진지함이 교실을 가득 채웠다. 내 말이 아이들에게 너무 무거운 짐이 될까봐 두렵다.

 하지만, 매사에 의미를 못 찾고 긴장이 없는 느슨함으로 힘든 아이들조차 그 눈빛이 오늘은 초롱하다.

 

 요즘 교사들은 교사로서 존경받는 일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사회 여기저기서 교사들을 불신하고 깎아내리니 자긍심을 갖기 어렵지만, 세상이 뭐래도 나할 탓이 아닐까.

 하지만, 학생들이나 부모나 사회에서 교사를 존경하기 이전에, 나 자신이 먼저 자부심과 긍지를 갖고 스스로를 존경하는 마음이 더 우선이다. 자신을 믿지 못하는 교사를 누가 믿어주겠는가? 그 교사가 무엇을 가르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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