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2년 9월 25일, 옥현진 박사님께서 매체연구회 선생님들을 위해 강의를 해주셨습니다.
열성을 다해 주신 강의를 망각의 강으로 보내기 너무 아쉬워 부족하지만 갈무리해 봅니다.
참석자 : 옥현진 박사님, 강혜란 박사님, 김동욱 대표님, 이규만 선생님, 채민희 선생님, 이지은 선생님, 임세희 선생님, 권혜령 선생님, 정의창 선생님, 홍완선
옥 박사님은 강의 시작 전 두 가지의 자료를 나눠주셨습니다. 하나는 저희만을 위해 준비하신 파워포인트 발제 자료이구요. 또 하나는 전국영어교사협회(National Council Teathers of English)의 21세기 교육과정 제안 틀과 자국어교과 내 복합양식 문식성(Multimodal Literacy)교육의 위치에 대한 보고서를 함께 복사해주셨어요. 특히 후자는 앞으로 전국국어교사모임이 새로운 교육과정을 준비하고 매체연구회가 매체에 관한 항목을 책임지고 만들어가는데 의미있는 자료가 되리라 생각합니다.
옥 박사님의 강의는 크게 네 부분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먼저 의사 소통의 본질에 관한 이해를 위한 생각 틔우기, 다음 국어과 매체교육 무엇을 가르칠 것인가,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 어떠한 연구방법들이 있는가로 진행해 나가셨죠. 자, 그럼 시작합니다. 참고로 아래 강의 요약은 옥 박사님의 시점과 제 시점이 왔다갔다 하니 주의 깊게 읽어주시기 바랍니다. ^^;;
1. 의사 소통의 본질에 관하여 - 온고지신
1-1. 함께 보는 자료 몇 가지-인터넷 등 새로운 매체 어떻게 볼 것인가?
<오! 이것이 아이디어다-우리 삶을 모던하게 만든 50가지 위대한 발상들>

이 책으로부터 이야기가 시작합니다. 존 판던은 그의 책에서 우리 삶을 모던하게 만든 50가지 아이디어를 소개했는데요. 그중 10위권에 무엇이 있을까요? 저는 불, 문자, 바퀴 등을 생각했었는데요. 그중 맞춘 것이 불과 문자이고 나머지는 의외의 것들이었습니다. 그중 7위가 진화론, 5위가 불, 4위가 음악, 3위가 피임, 2위가 문자였지요.그럼 1위가 무엇이었을까요? 바로 인터넷이랍니다. 인터넷을 통해 이제 인류는 거대한 하나의 두뇌가 되었다고 합니다.
이와 함께 본 자료로 고단샤 아메리카가 1998년도에 정리한 지난 1000년간 인간의 삶에 지대한 영향력을 미친 이 1000명 순위가 있습니다. 이에 따르면 가장 큰 영향을 미친 3위가 마틴 루터, 2위가 콜럼버스, 1위가 구텐베르크라는 것이죠. 물론 이 자료는 선정 주체에 따라 년도별로 좀 결과가 상이하긴 합니다. 제가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그래요. 2위에 콜럼버스 대신 아이작 뉴튼이 들어가기도 하니까요. 그래도 변함 없는 것은 구텐베르크입니다. 엘 고어가 예전에 한국에 와서 밝힌 것과 같이 구텐베르크가 교황의 조선사절단에게서 금속활자 아이디어를 얻었으리라 강력히 추정되지만서도요^^
더불어 보여주신 자료는 Thorndike의 서체 척도 이미지입니다. 이게 전혀 새로운 정보였는데요. 사실 최촌의 표준화 성취도 평가는 1910년에 이루어진 Thorndike의 글자쓰기 평가였다고 합니다. 워낙에 글씨를 못쓰는 학생들이 많았나 보지요. 이 시험은 5-8학년 대상으로 총 11단계로 구분되어 평정했다고 하네요.
그러니까 구텐베르크 이후 Thorndike의 서체 평가까지 문자가 매체 역사에 정착하는데만도 400년이 걸린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인류가 처음 문자를 만들어 사용한 것은 논외로 한 것인데도 말이죠. 그러니까 우리 어린 시절의 웅변대회, 시낭송대회는 구술 시대의 유산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이것과 비교해 봤을 때 인터넷 매체의 역사는 조족지혈! 이제 30-40년 된 신생아에 불과합니다. 이 신생아를 두고 무엇이 될 것인지, 공적이 어떠하다느니 떠드는 것은 좀 심하다는 것이죠. 디지털 리터러시, 인터넷 리터러시는 좀더 길게보고 여유있게 판단해야 할 것이라는 것이 옥 박사님의 의견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옥 박사님이 몸소 체험하신 SNS의 가능성에 대해서 한 말씀 하셨는데요. 바로 올해 사우디아라비아가 우리나라를 작년 싱가폴에 이어 교육박람회의 2012년 주빈국으로 초청해주어 그곳을 다녀오면서 경험한 실제 사례입니다. 아시는 바와 같이 사우디는 아직 여성의 사회 참여를 백안시하는 아랍 국가인데, 한국 부스 운영팀은 이러한 현지 사정을 잘 모르고 젊은 여대생들을 도우미로 많이 활용한 바, 주최측의 감시는 물론 많은 이들의 이목을 끌었다고 합니다. 다녀오고 나서도 당시 일을 돕던 사우디의 여성들이 페북 등을 통해 소식을 전해오는데, 이들 세계에서는 유투브, 페북은 유일한 해방구라고 합니다. 싸이가 유투브를 통해 세계인과 함께 하듯이, 사우디의 여성들은 유투브를 통해 K-POP을 만나고 페북을 통해 한국인들과의 교류를 계속 이어나가고 있는 것입니다.
1-2. 집단지성의 시대와 매체교육의 필요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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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과연 진정한 지식인가- 인터넷과 SNS의 시대, 우리가 알아야 할 지식과 교양>
무엇이 과연 진정한 지식일까? 앞의 책에서 작가는 '주의력 피로'라는 개념을 소개합니다. 오늘날의 지식 과잉 시대에 아이들은 정보의 과부하 상태에 놓이게 되었고 이 때문에 주의력 결핍이 아니라 주의력 피로 상태에 놓이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최재천 교수가 일찌기 개미와 고래를 집단 지성의 모델로 삼았지만, 오늘날 우리에게 보다 주의있게 볼 것은 집단 지성의 긍정적 면뿐만 아니라, 부정적 측면 즉 폐해를 눈여겨 봐야 합니다. 집단 지성은 때로 대중심리의 폐해를 동반하기 때문에 비판적 읽기 능력이 꼭 필요합니다.
어떤 이들은 매체의 선정성과 폭력성을 중심에 두고 매체 자체를 죄악시합니다. 이와 같지는 않지만 다수의 사람들은 '가르쳐 주지 않아도 잘 하던데, 굳이 매체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냐?'라며 매체 교육의 필요성에 반문합니다. 과연 그럴까요? 그럼 우리 아이들에게 매체를 가르치지 않으면 매체 관련 문제를 잘 해결할 수 있을까요? 아니, 노출을 피할 수는 있을까요? 어렸을 때 만화보지 말라고 엄마 아빠가 잔소리하시면 우린 고분고분 말 잘들었나요? TV보지 말라고 TV보지 않았습니까? 인터넷을 아이들이 한다고 만끽한다고, 그 곳에서 아이들이 자신에게 필요한 능력-즉 디지털 리터러시를 키울 수는 없습니다.
좋다, 그럼 미디어교육을 한다고 하자. 그럼 무엇을 어디까지 가르칠 것인가? 많은 사람들이 묻습니다. 물론 기술은 엄청난 속도로 빠르게 변해가고 있어, 그 시대에 잠깐 필요한 내용을 학교 교육과정에서 자세하게 다룰 필요성은 없을 것입니다. 전이력이 있는 본질적 교육과정 중심으로 가야겠지요. 그렇다고 모든 기술적인 내용을 뺄 필요는 없습니다.
사실 기술의 발달 세계에선 과거의 기본 기술이 새로운 기술 때문에 사라지는 것이 결코 아닙니다. 일례로 워드 프로그램 '한글 1.5'에서 쓰이던 ctrl+C, ctrl+V 는 오늘날 '한글'에서도 동일하게 사용됩니다. 즉 하드웨어는 바뀌어도 기본기술은 과거와 크게 바뀌지 않으면서, 오히려 과거의 것을 포괄해 가는 방식으로 갑니다. 이를 우리는 '재매개'라고 합니다. 과거-> 현재 A->B 가 아니고, A->A+B라는 것이죠.
1-3 . 복합양식 문식성에 관해
5-7세 아이들이 어른들이 읽어주는 그림책을 볼 때, 아이들의 눈동자가 실제로 어디를 향하는지 관찰해 봅시다. 그럼, 이 아이들의 눈동자가 쉴 새 없이 그림과 문자를 왔다갔다하며 중요한 정보들을 재조직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어요. 그림에서도 글(문자)이 제공하는 정보 이상을 끄집어 냅니다. 이를테면 배경 상황, 캐릭터의 정보 같은 것을 말이지요. 사실 이것이 복합양식 multimodal 의 기본 개념입니다. 실제 의사소통에 있어 복합양식 매체의 영역은 실로 넓고, 이에 대한 교육의 필요성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는 이 시점에, 학교 교육은 오히려 하나의 벽이 되고 있습니다. 이를테면 그림일기의 그림을 문자와 상보적인 매체로 보는 것이 아니라, 의미구성에 도움을 주지 않는 개인적인 자기 표현에 불과하다고 이야기하고 있는 상황이지요. 문자 매체와 이미지의 단절을 유도하고 있는 것입니다.
오늘날 하나의 흐름이 된 교실 담화 분석을 예로 들어 볼까요? 만약 교실 담화 분석을 하는데 녹음만으로 담화 분석을 시도한다면 제대로 된 분석이 나올수 있겠습니까? 비언어적 상황은 의미구성에 엄청난 영향력을 행사합니다. 외국의경우 담화분석엔 Speech 외에도 Gaze(시선), Gesture(몸짓, 손짓), Posture(주변상황)을 모두 항목화해서 자세히 진술하게 되어 있습니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우리가 미팅 나가면 말도 나누기 전에 이미 상대를 보고 가부 결론을 내려버리잖아요!
1-4 . OECD PISA와 관련하여
다들 알고 있듯이 PISA에서 우리 대한민국은 매년 높은 성적을 올리고 있습니다. 핀란드에 이어 세계 2위이죠. 다만 이 시험에 대해서 우리가 간과하고 있는 것이 있습니다. PISA가 OECD 가 주관하는 시험이란 점입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의 주된 관심은 경제에 있습니다. 하여 이들이 이야기하는 교육 혹은 교육력은 경제활동을 위한 기본적인 문식력에 있습니다. 즉 교육에 관해 경제적 관점-그러니까 노동력 제공의 측면에서 접근한다는 이야기입니다. 이러한 이유로 자국어교과의 읽기 쓰기 능력 또한 기술적 텍스트 중심입니다. 그러다 보니 평가 텍스트에서 시는 당연히 제외되고, 비판적 이해능력을 확인하는데에도 관심이 없습니다. 우리나라가 세계 2위를 한 것도 이해가 되는 대목입니다. (참고로 우리나라 동 학년 중 남녀학생의 성취도 차이는 자국어 교과에서 35점 차이가 난다고 합니다. 남학생이 여학생에 비해 약 1년 정도 뒤쳐진다고 보면 되는 것이지요)
이 PISA에서 근래 실시하고 있는 것이 디지털 교양 평가 DRA 로 디지털 리터러시 능력을 확인하는 미래 사회 리터러시 능력 평가라고 할 수 있습니다. 2009년에 실시한 평가에 19개국이 참여하여 여기에서 우리가 압도적인 점수 차이로 1등을 합니다. 2등은 호주와 뉴질랜드인데 이 나라들과의 차이가 31점으로 1년 학습량의 차이를 39점 정도로 산출하니 1년 정도의 능력이 우리 학생들이 높다고 합니다.
이 평가의 특징은 평가 상황 자체가 하이퍼 텍스트를 기반으로 하고 있긴 하지만 미리 만들어둔 가두어진 울타리 내에서 정보를 검색하고 이 결과를 담당자에게 메일로 보내는 것을 요구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재미있는 것은 우리 아이들이 높은 성적에도 불구하고 외국 아이들보다 커다란 감점을 당하는 면이 하나 있는데, 주어진 시간에 쓸데없이 제시된 웹사이트 전체를 하나씩 다 눌러보고 다닌다는 점입니다. 외국 아이들은 자국의 인터넷 서비스 상황 상 로딩 시간을 염두에 두고 꼭 필요한 정보만 클릭하는데 반해 우리 아이들은 무조건 찔러보고 다니는 거죠. 인터넷 서비스 속도가 워낙 빠른 우리나라에서는 크게 손해 볼 것 없는 행위이지만, 빠른 속도에 익숙해져 다른 나라 아이들 보다 주의깊게 텍스트를 읽는 능력이 떨어진다니 자못 의미 심장합니다. 외국에서는 로딩이 느려 경제적인 가치를 중시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1-5. 매체환경의 변화와 현대 사회
웹 1.0과 웹 2.0의 차이. 그리고 바야흐로 도래하는 웹 3.0 의 시대에 대해서 옥 박사님은 간략하게 이야기하셨습니다. - 이에 관해서는 관련 웹사이트를 덧글로 달겠습니다. 링크된 자료를 참고해주셔요.- 대신 그와 관련한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주셨어요. 이를테면 학교 누리집이 아이들에게 외면 받는 이유를 학교가 공지하고 학생 및 학부모가 수용하는 수직적 권위체계 때문이라고 분석하시는 방향으로 말입니다. 이와 관련해 재미있었던 것은 오늘날 학자, 교수들의 블로깅 수가 계속적으로 줄고 있는 추세를 우리 권력의 검열 때문이 아닐까 하고 이야기합니다. 그야말로 빅 브라더 시대의 도래인 것이죠. 미네르바 사건이나 김용민의 과거 발언 추적 등이 그러한 예일 것입니다.
이른바 수능이 비판적 사고에 대한 평가를 담보하느냐도 중요한 문제입니다. 우리가 지향해야할 수능의 방향은 네이버와 다음의 뉴스를 비교하고 비판적으로 이해할 수 있어야 합니다. 비판적 사고란 누가 지식을 만들고, 누가 옳고 그름을 판단하나, 그 지식은 누구에게 득이 되나? 또 어떻게 그러한 지식이 소통되나 등 철학적인 질문을 전제로 해야 하는 것입니다. 그런 면에서 현대 사회를 살아갈 민주시민 육성이란 우리 교육의 중심 목적은 제대로 된 미디어교육이 있어야만 가능한 것일 것입니다.
2. 무엇을 가르칠 것인가?
미디어 리터러시는 각 매체의 독특한 특성과 사회적 소통 방식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매체를 통해 다양한 사회적 의미 구성 활동에 능동적, 창의적, 비판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능력을 배양해야 합니다. 더 나아가 지식을 스스로 만들어낼 수 있는 능력을 가르쳐줘야 합니다. 궁극적으로 싸이처럼 자신이 만든 것을 유투브에 올릴 수 있는 매체 생산자가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에따라 매체의 관점에서 국어 능력을 새롭게 접근하는 입장이 필요합니다. 즉 매체 적응 교육과 매체 활용 교육이 함께 필요한 것이죠. 여기서 재매개의 개념이 필요합니다. 음성 언어 환경 + 인쇄 매체 환경+ 전자 매체 환경으로의 변화는 기존의 개념들과 지식들을 바탕으로 새로운 것이 추가되는 양상으로 가니 말입니다.
사실 광의의 매체는 말과 글을 포함합니다. 말과 글이 의미를 실어나르는 수레이기 때문입니다. 미디어 리터러시를 왜 가르치는가? 첫째 매체 환경의 급속한 변화 때문에 매체 적응력을 키워야 할 필요성이 생겨났습니다. 이는 매체 적응 교육의 측면입니다. 매체 적응 능력이란 개념이란 어려운 것이 아닙니다. 책은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읽어야 한다, 글을 제대로 쉽게 이해하려면 목차와 책 뒤의 인덱스를 활용하라, 인터넷에서 자료를 쉽게 찾으려면 검색 엔진을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런 것이 매체 적응 교육의 하나입니다. 둘째 학생들을 지식 기반 사회에서의 능동적인 의미구성자로 키워야 되기 때문입니다. 지식은 비중립성을 지녔고, 이에 따라 비판적 지식 수용과 능동적 지식 생산(자기만의 voice)을 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한 것입니다. 이는 또 정체성 형성의 도구로서의 문식성을 요구합니다.
무엇을 가르치는가?라는 질문은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크게 이야기하면 지식, 기능, 태도를 가르쳐야 합니다.
지식이란 매체의 특성, 매체환경의 변화가 의사소통 양상의 변화로 이루어진 사실, 어포던스Affordance 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기능은 복합양식 multimodality, Critical consciousness, Skill & Strategies 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복합양식에서는 어떤 텍스트를 머릿 속에서 재구성하는 과정을 이야기하는 디자이닝 Designing 과 소설을 8칸 만화로 혹은 역으로 만들어내는 기호 변환 Transmediation 을 포함해야 합니다.
태도는 실천적 문식성, 에이전시 Agency, 매체 윤리로 나누어 생각할 수 있습니다. 옥 박사님은 연대에서 대학국어를 가르칠 때 학생들에게 모든 학생들에게 소개되는 글을 써 올 것을 요구했는데 적지 않은 학생이 자신은 지금까지 선생님 외에는 그 누구도 읽지 않는 글을 써왔기에 교수님의 요구가 너무나 부담스럽다는 하소연을 들었다고 합니다. 이는 실천적 문식성의 부족 때문이라고 합니다. 실천하지 못하는 능력은 진짜 능력이 아니겠지요. 에이전시는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주체성을 중심으로 합니다. 주체성을 기르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선택권입니다. 어떤 책을 보고 영화를 보고 감상문만을 써오라고 하는 것보다는 감상문을 글로 써도 되고 , 사진 일기나 블로깅, 동영상 제작, 녹음의 방법으로 열어두었을 때 학생들의 선택권은 넓어지고 자연스레 태도의 측면에서 Agency가 성장한다는 것입니다.
무엇을 가르칠 것인가는 최종적으로 국어과 교육과정에 미디어 리터러시가 어떤 방식으로 무엇을 다루어야 하는지 정리되어야 할 것입니다. 옥 박사님은 이 작업을 경인교대의 정현선 교수님과 함께 진행하셨다고 합니다. 이를 정리한 간략한 표는 나중에 따로 소개하고자 합니다.
3.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
수업 방법론의 측면을 이야기하기엔 시간적인 제약이 너무 커서 옥 박사님은 몇 가지 이야기로 내용을 줄여서 이야기하셨습니다. 그 첫번째로 디지털 교과서와 관련한 내용입니다. 2012. 9. 25일자 동아와 경향 두 신문은 모두 디지털 교과서를 꼭지로 내세웠지만 동아는 스마트기기 활용이 학습능력 신장과 흥미를 북돋운다는 기사를 썼고, 경향은 디지털 교과서가 효과없다는 학생들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5,748억의 예산이 엉뚱하게 소모될 가능성을 비판하는 기사를 썼습니다.
실제로 옥 박사님은 오늘날 디지털 교과서 사업이 학생과 교사를 위한 사업이 아니라 우리나라 경제를 살리는데 방점이 찍힌 듯하다고 걱정하십니다. 특히나 내용교과인 사회, 지리, 과학 과목 등이 무엇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가르칠지 비교적 선명한데 비해 도구교과인 국어과의 경우 그것이 불분명함을 지적하십니다.
현재 진행중인 교과부의 디지털 교과서 플랫폼이 웹 1.0에 가깝다는 이야기도 해주셨습니다. 과거의 수직적이고, 고정 불변의 틀을 그대로 가져가는 우를 범하고 있다는 것이지요. 그러한 면에서 웅진과 같은 사기업들의 제공하는 플랫폼은 웹 2.0에 가깝다고 이야기하십니다. 유투브와 같은 플랫폼을 제공하고 그 마당을 공개하면 교사 집단이 다양한 수업 자료들을 공유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교사 측면에서 보면 대한민국의 상황은 다른 나라에 비해 좀 낫지 않은가 하며 오히려 저희에게 매체 수업에 대한 일반 교사들의 인식에 대해 물어보셨습니다. 사람마다 다르긴 하지만 국어과 교사들이 보여주는 매체수업에 대한 거부감, 부담감은 상당하다는 것이 저희의 소견이었습니다. 물론 그로 인해 매체 관련 연구와 그와 함께 하는 연수가 동반되어야 하는 것이겠죠. 우리 모임이 할 일이 참 많습니다. ^^;;
옥 박사님은 특히 매체와 관련해 교사의 역할에 대한 재인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교사가 학습 환경 디자이너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죠. 그러니까 교사는 수직적 정보제공자가 아니라 아이들에게 적합한 수업 환경을 디자인해 제공해주는 자가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해는 되면서도 쉽지 않은 부분이 있는 말씀이십니다.
4. 연구 방법에 관하여
연구 방법에 관해서는 강의 전체를 통해 중간중간 소개하고 제안하는 방식으로 발언하셨습니다. 이를테면 강의 중에 액션 리서치 action research 등 연구자 교사 협업이 필요하다, 당신도 매체연구회와 함께 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시는 거죠. 물론 저희야 그런 기회가 있으면 감사하게 받아들일 것입니다. ^^
이 항목을 우리 모임 - 매체연구회와 연결지어 생각하면 앞으로 우리가 해야 할 일들의 목록이 생깁니다. 아래 내용은 옥 박사님이 말씀과 뒷풀이 자리에서 모임 선생님들이 이야기한 내용이 한데 묶여있습니다.
예컨대 오늘날 아이들이 제출하는 UCC를 평가할 때의 기준을 마련하는 기준하는 것도 우리가 해야 할 일들 중 하나입니다. 논술을 평가할 때 손글씨를 알아보게 잘 쓰느냐? 원고지 량은 잘 맞추었느냐, 문단 나누기는 잘 했느냐를 우리가 일정 부분 평가하고 이것이 일반화되었듯이 아이들이 만드는 UCC를 국어교사들이 평가하는 가이드라인이 필요합니다. 이 기준은 UCC 공모대회를 하는 많은 기관과 단체에 공개해야할 필요성도 있지요.
우리 모임 나아가 전국국어교사모임이 해야할 일이 또 하나 있습니다. 교과부의 디지털 교과서 사업을 뛰어넘는 웹 2.0 더나아가 웹3.0의 정신에 걸맞는 디지털교과서를 전국모 누리집에서 제공해야 합니다. 웅진과 같은 사기업과 함께 하는 것도 방법이지만, 출판사 업체가 자신들의 교과서에만 집중할 때 우리는 교과서 를 넘어서 교육과정을 중심으로 해야하기에 공격적으로 교과부(케리스) 등의 사업비를 따내어 제대로 된 플랫폼을 제공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할 것입니다.
또 다르게는 미국의 영어교사모임처럼 연구자들과 함께 하는 연구활동을 통해 그러한 성과가 교육과정에 반영될 수 있는 정치적인 힘을 키워야 ㅂ합니다. 물론 과거 교육과정 개편 때 경험한 바가 있어 전국모가 우리말교육연구소를 세워 그 아래 대학원을 운영하고 학회를 운영하지만 보다 활동이 강화될 필요성이 있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옥박사님이 앞서 소개한 자료와 같이 ㄹ대한민국의 자국어 교육과정이 나아가야할 바를 제시할 수 있게 교육과정도 연구하고 대안을 제시할 수 있도록 튼튼하게 서야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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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 정리가 너무 길어졌습니다. 처음 생각한 것 이상으로 중언부언해서 읽으시는 분들이 너무 힘들어하실까봐 걱정입니다. 좋은 내용인지라 욕심이 났고, 정리해두면 나중에 힘이 될까 하여 일 낸 것이니 모쪼록 나쁘게 보지 마셔요. ㅋㅋ. 그럼 늦은 밤이라 북어대가리는 들어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