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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북어가 사랑하는 시 - 김시태 '고백'
조회 11
회원이미지홍완선
2012-02-01 16:01:03
       
교원대 대학원 2학기에는 임수만 교수의 시 강의를 들었다. 여기 글들은 그 과제 중 일부이다. 세 시간 강의 중 1시간 정도는 서로 좋아하는 시를 사연과 함께 소개하는 시간이 있었는데, 그 시간이 참말 좋았다. 아이들에게 전하고 싶은, 전해야 할 시를 많이 접할 수 있었다. 그 선생님들께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 북어대가리^^
-------------------------------
 
고백
- 친구여
 
김시태
 
알고 보니 가까이 있는 걸
이 길 찾느라 종일 숲 속 헤맸네.
마침 그 소몰이꾼 아니었음
빠져나오지 못했겠지.
 
산마루에 서서
저 겨울 들판의 노을 보고 또 보며
난 누군지, 내가 할 수 있는 일
얼마나 되는지…….
 
이젠 나의 지각도 판단도
그 분께 돌려드리고
빈손으로 가고 싶어.
 
 
1999년 12월 11일 꽤나 겨울바람이 매서웠던 날의 일이다. 그날 나는 대학에서 4년, 졸업하고 2년 더 사귄 이와 결혼식을 하기로 했다. 주례는 모교에서 아내와 내게 시를 가르치셨던 김시태 교수님께 일찌감치 부탁을 드려놓았으며, 처음 하는 결혼식치고는 꽤 수월하게 모든 일이 착착 진행되어 갔다. 물론 결혼식 바로 전까지는 말이다.
그러니까 결혼식을 이십 여분 앞두고 아직 도착하지 않으신 교수님이 문제였다. 혹시나 싶어 친구에게 마중을 나가라고 이야기하고 사회자를 맡긴 친구에게는 댁에 전화를 드려보라고 했다. 댁에선 이미 두 시간 전에 교수님께서 이 결혼식의 주례를 위해 길을 나서셨다는 말씀을 전하셨지만, 결혼식 시작 시간이 20분이 지나서도 교수님은 모습을 나타내지 않으신 거다.
1시간 단위로 식이 치러졌던 당시의 결혼식장이라 관계자들은 빨리 식을 시작해야한다고 채근했다. 어쩔 수 없이 우리는 이미 다른 식의 주례를 마치고 거나하게 취한 주례 전문 선생님을 꾸어다 30분이 지난 시점에 식을 시작할 수밖에 없었다. 주례사를 듣고 손님들에게 인사를 드릴 때에야 비로소 나타나신 교수님의 황망한 얼굴…….
신혼여행을 다녀오고 찾아가 뵌 교수님 댁에서 지하철 환승을 잘못하여 괴로웠던 교수님의 사정을 들을 수 있었다. 그리고 내어놓으시던 한 장의 종이에 위 시가 적혀있었다. 길을 잃어 주례를 못한 교수님의 속사정이 서정적인 풍경과 종교적 귀의로 형상화^^된 이 시 말이다. 정말 아름다운 시 아닌가!
 
 회원이미지이영발  2012-02-01 23:12   답글    
난 누군지, 내가 할 수 있는 일
얼마나 되는지…….

길이 보이지 않아 힘들 때, 좌절감을 느낄 때...
진솔한 자기 반성이 있을 때에라야 다시 새로운 희망이 나를 일으켜 세우는 것은 아닌지...
 회원이미지송여주1  2012-02-03 20:19   답글    
샘 글이 시만큼 좋네요..ㅎㅎ
 회원이미지홍완선  2012-02-06 16:32   답글    
여주 샘은 센스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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