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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실수를 수습하는 법
조회 144
회원이미지김은형
2008-05-03 13:49:11
       
 


4.23 실수를 수습하는 법


“나연이와 그 친구들이 희연이를 폭행했습니다. 나연이를 불러 주세요.”

교무부장님의 긴급 전화를 받았다. 드디어 나연이가 사고를 치고 말았나? 일단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희연이가 있는 곳으로 달려갔다. 희연이의 왼쪽 얼굴이 약간 부어오른 듯한데,  크게 상처는 없었다. 희연이 엄마도 달려오셨다.

 나연이와 진경이, 전학 갔으나 매일 우리 학교로 등교하는 수진이들은 자신들과 친한 하늘이가 희연이와 다투자 싸움에 끼어들었다. 전화로 거친 말다툼이 있었고, 오늘 급기야, 탈의실에서 희연이에게 무릎을 꿇으라고 강요했다는 것이다. 나연이들이 패거리가 있어 위협적이지만, 자존심이 강하고, 덩치 좋은 희연이는 굴복하지 않았다. 그러나 결국 머리채를 잡고 뺨을 때리는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다행히 큰 상처는 없었지만, 희연이가 받았을 마음의 상처를 생각하니 괘씸하기 짝이 없었다. 그러나 이 일을 저지른 나연이나 진경이, 수진이들도 ‘폭력’으로 처벌받을 위기에 놓이게 된 것이라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수진이는 이미 강제 전학 당해 다른 학교에 갔음에도 거기서 다시 등교정지를 받아 학교를 못가고 있는 상태고, 나연이는 매일 1교시가 지나서야 간신히 학교에 와서 하루 종일 엎드려 있곤 하는데 졸업이나 시킬 수 있을지 걱정이다.

 아직 5월. 갈 길이 멀다. 지난 번 가방 속에서 넣어온 담배 때문에 학생부에 걸린 것을 쉬쉬하고 덮어 주었는데, 이번 건은 더 나쁘다. 나는 나연이에게 전화를 걸어, 즉시 오라고 불렀다. 오지 않으려는 눈치 길래 내가 선수를 쳤다.

 “당장 오지 않으면, 폭력으로 처벌받아 등교정지 당해도 난 너를 도와줄 수 없어!” 

 이 말에 영향을 받았는지 2-3분도 되지 않아 세 녀석이 모두 왔다. 철없는 녀석들은 역시 희연이가 자신들에게 ‘너희는 입이 더럽다’며 욕을 해 화가 났다며 변명을 늘어놓았다.

 “이것은 집단 폭력이야. 집단 폭력에 대한 처벌이 어떻게 내려지는 지 잘 알고 있지? 내일 학생부에 넘어가서 폭력위원회에 회부되면, 너희 부모님은 학교에 출두해야 하고, 희연이에 대한 치료비와 정신적 상처에 대한 보상금을 지불해야 한다. 그리고 너희는 당연히 사회 봉사에 한 달 이상 등교정지! 이제 정신 좀 드나?”

 기고만장했던 녀석들의 기가 꺽이는 것이 보였다.

“선생님, 어떻해요.”

 나는 일단 충실하게 사실 중심으로 서술한 진술서를 쓰게 했다. 핵심은 다음과 같았다.


-제가 친구 말만 듣고 먼저 희연이에게 욕을 했습니다. 희연이가 비굴해져 있는데, 제가 웃었습니다.

제가 희연이의 머리카락을 잡았습니다.(진경)

-상대방 기분 나쁘게 제가 말을 했습니다. 무릎을 꿇고 사과하라고 말했습니다. 화가 나서 손찌검을 했습니다.(나연)

-서투른 판단과 어리석은 생각 때문에 희연이를 때린 것은 잘못된 것 같다. 희연이를 공포감에 떨게 하고, 자존심을 깎아 내렸다.(수진)

 

 그리고 모두들 자신들의 잘못에 대해 진심으로 뉘우친다는 글이었다. 나는 일단 더 이상 이 일이 커지지 않도록 하고, 녀석들 스스로 일을 수습하는 것을 가르쳐야 한다고 생각했다.

 “일단, 오늘 안으로 희연이와 희연이 어머니에게 용서를 구해야 한다!”


 무릎을 꿇고라도 빌겠다는 결의를 다진 후, 세 녀석은 저녁에 희연이 어머니의 가게를 찾아갔다. 예상했던 대로 희연이 어머니는 일단 희연이에게 정식으로 사과를 하라고 시킨 후, 다음 날 다시 학교로 오셔서 일장 훈시를 하신 후 학생부에 넘기는 일은 지켜보면서 판단하겠노라며 잠정적 용서를 베푸셨다.

 용서를 받고 나오는 녀석들의 얼굴은 지옥에서 살아나온 듯한 환한 웃음이 가득하다. 늘 심통맞게 찡그리던 표정은 어디로 가고, 나를 보고 웃는 나연이의 표정은 전에 없이 정다왔다.

 “자식들아, 선생님한테 고맙다고 해!”

 내가 큰 소리 치자 모두들 고개를 조아리고 웃으며 인사한다,

 “선생님, 고맙습니다.”

 나는 아이들 등을 두드리며,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하며 조금 더 성실하게 살자며 격려해 주었다. 아이들은 실수를 통해서 배운다. 실수를 하지 않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실수를 인정하고 수습하는 교육이 더 중요한 것은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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