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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독서논술의 매력
조회 126
회원이미지김은형
2008-04-22 11:56:14
       
 

독서와 논술의 매력


 아이들의 논술을 읽다보면 대체로는 배경지식의 부족과 표현력의 부족으로 미숙함을 더 많이 느끼지만, 가끔은 아주 마음에 드는 표현들도 만난다. 3학년 1반 논술을 읽으며 제일 먼저 광림이의 논술이  눈에 띄었다.


 처음 이 책을 보았을 때에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언제 이 두꺼운 책을 전부 읽을 수 있을까 걱정하며 한숨만 내쉬었다. 하지만 이 책을 다 읽은 지금에는 이 책을 읽은 것에 대하여 매우 만족스럽고 시간이 남을 때마다 잠깐 놀러갈 수 있는 원미동이 되버렸다. 이 책에서는 여러 다방면에서 이야기가 전개되지만 같은 한 마을이다. 마치 내가 이 마을의 신이 되어 하늘 위에서 이 마을을 내려다보는 듯한 느낌이다. (하략) (3-1 김광림)


 광림이는 논술 시험지의 한 귀퉁이에 삶의 고단함에 지친 임씨의 모습을 그리고, 생각하는 자신의 모습을 삽화로 그려 넣었다. 그림 옆에는 이런 글귀도 써 있었다.

‘당신의 주름에서 당신이 걸어온 삶이 보입니다. 당신의 주름에서 당신의 행복한 미소가 보입니다.’


 독서와 논술이 주는 최대의 기쁨은 바로 이것이다. 광림이가 걱정만이 앞섰던 두꺼운 책 한 권을 읽어치우고, 가끔 원미동에 놀러갈 수 있는 마음의 여유를 갖게 되었다는 것. 그리고 작품을 분석하며 마치 자신이 ‘신적인 존재’임을 느껴보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 보다 더 큰 기쁨은 깊고 성숙한, 그리고 창의적이면서도 따뜻한 광림이의 존재를 발견했다는 것이다. 논술이 끝난 다음에 어떤 표현이 잘 되고 어떤 표현이 부족했는지에 대한 지도를 하지 못한 채 점수로 평가하고 끝나고 말았다. 물론  책으로 묶어서 각자 읽어 볼 수는 있겠지만, 뭔가 부족했다. 이번에는 반드시 각 반에서 ‘잘 표현된 부분을 뽑아 보여주고 설명하기 위해 피드백 자료를 만들어 보기로 하고 제일 먼저 3학년 1반 논술 중 표현이 돋보이는 부분들을 자료로 만들었다.


 <3-1 논술 중 잘 표현된 부분>

 (전략)

 지금 세상은 너무 잔인하다. 그 사람을 평가하는 것을 넘어서 다른 사람들까지 물들이고, 심하면 서로에게 상처를 주기까지 한다. 임씨는 그 인간들 중 몇 안되는 정직한 사람이다. 하지만 이미 잔인해진 세상에선 정직이란 약점일 뿐이다. 정직하던 사람은 사회에 나와서 살아남는 법을 배운다. 결국 그 사람은 다른 사람들처럼 상대를 의심하기 시작하고 자신도 의심받기 시작한다. (중략) 인간은 정말 지상에서 가장 똑똑하고 잘난 동물 같지만, 그 만큼 못된 동물도 없다. 다른 동물의 자유를 빼앗고 자신들이 끝없는 욕심에 삶의 터전으르 파괴하고 자신들끼리 죽이고 빼앗는다. 그 피해자는 모든 사람들이며 임씨도 포함된다. (하략)(3-1 김동하)


 진만이가 슈퍼맨이 되기 위해 높은 곳에서 다치더라도 뛰어내리는 것처럼, 진만이 아버지도 직업을 다시 갖기 위해 절대로 하기 싫은 세일즈맨이 된다. 그 모습은 자존심을 다 잃어가면서도 세상에 도전해가는 우리 삼촌의 부도 사연을 보는 것 같았다. 그래서인지 직업 잃은 진만이 아버지의 심정이 나에게 더 잘 와 닿는 것 같았다.  (중략)

 양귀자씨의 원미동 사람들은 엎치락뒤치락 서로 싸우l도 하며 이해하기도 하는 80년대의 아름다운 모습들이 담겨져 있는 것 같다. 내가 16년이라는 시간 동안 겪어왔던 일들이 ‘원미동 사람들’이라는 책 깊숙한 곳에 담겨져 있는 듯 했다. 그 덕분에 나의 인생진화 과정은 어떻게 되어갈 것인지 구상을 해보는 아주 소중한 경험을 할 수 있었다.(3-1박성진)


 (전략)  불씨에서 직장을 잃은 가장의 슬픈 삶이 나타나 있다. 직장을 잃고 돈벌길이 없어 가잔해져 있던 진만이 아버지가 직업을 찾는 서러운 과정을 보았다. 우리 아버지에게도 그 비슷한 일이 있었다. 몇 년 전 아버지가 회사를 그만 두시고, 요리를 하신 적이 있다. 거의 일 년 동안 요리를 배우시며 노력한 결과 지금은 가게를 하신다. 직장을 안다니며 요리를 배우다 보니 그 때는 가정형편이 썩 좋지 않았다. 그러다보니 부모님끼리 싸우는 일도 있었고, 나는 용돈을 못받을 때가 종종 있었다. 지금은 괜찮지만 전에 힘들었던 기억을 되살리며 이 글을 읽었다.(하략)(3-1이용환)


(전략) 나는 진만이 아버지의 가족에 대한 사랑을 느낄 수 있었다. 와판원이 되기는 싫었지만 가족이 있고 자기가 가장이라는 책임을 갖고 정말 부끄럽지만 자기의 가족을 위해 열심히 해보려는 모습이 나에게 보였기 때문이다. 물론 소심한 성격을 갖고 있기는 하지만 가족을 위해 그런 일도 마다하지 않는 진만이 아버지의 모습이 아름다웠다. 나의 아버지도 정말로 힘들게 일하고 있으시지만, 가족의 가장으로서 책임을 다하시는 것이 자랑스럽다.

  불씨의 마지막 즈음에 짐꾼이 나오는데, 이 짐꾼도 진만이 아버지처럼 아주 힘겹게 일하고 있는 사람 중 하나다. 집도 없고, 재산마저도 거의 서울로 올라오면서 탕진하고 힘겨운 짐꾼 생활을 하고 있다. 나는 이 장면에서 1980년대 서민들은 모두 다 한결같이 어렵고 힘겨운 삶을 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지금의 우리나라가 경제적으로 좋아지긴 했지만 아직도 사회적으로 약한 사람들이 많이 있다고 생각한다. 만약 내가 어른이 되어서 경제적으로 풍요로워진다면 진만이의 아버지나 터미널에서 일하는 짐꾼같은 사람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을 주고 싶다.

 그리고 진만이는 항상 자기가 수퍼맨이어서 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아이다. 진만이는 매일 뛰다가 다쳐도 다시 일어서서 뛴다. 그 모습이 우리들의 삶을 표현해 놓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들의 삶은 항상 더 좋은 곳을 향해 뛰지만 실패를 할 때가 있다. 그렇지만 그 실패를 딛고 다시 일어나서 도전하는 우리들의 삶이 그러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진만이의 뜀박질을 보며 나의 정해진 목표를 달성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략 3-1이진솔)


(전략) ‘비오는 날에 가리봉에 가야한다’에 나오는 임씨는 힘든 일도 마다하지 않은고 열심히 이랗고, 또 사람들과 정이 깊게 지내는 정이 많은 사람 같다. 은혜 아빠와 술자리를 하면서 자신의 힘든 사정을 토로하는 대목이 있다. 스웨터공장 사장에게 겨울 내내 연탄을 대주었는데 그 길로 큰 공장을 차리고 나서 돈줄 생각은 하지도 않는다. 이런 임씨를 바라보며,  한 가장으로서 자식들에게 아무 것도 해줄 수 없는 비참한 나의 아버지의 모습을 보았다.

 우리 아빠는 술을 자주 드시고 오신다. 술을 잔뜩 드시고 오시면 항상 아빠가 하는 말이 있다. 너희들은 아빠처럼 살지 말라고......너희들에게 해 준 것이 너무나 없어서 정말 미안하다고. 아빠는 정말 힘들다고 하신다. 나는 임씨의 모습이 나의 아빠와 너무도 비슷한 점이 많아서 마음이 아팠다.

 또 은혜엄마는 신기하게도 우리 엄마와 비슷한 점이 너무도 많다. 엄마도 우리 세 딸의 뒷바라지 하시는 게 힘드신가보다. 장을 볼 때 무조건 깎으려고 하고, 비싼 옷은 절대로 사지 않고, 은혜 엄마처럼 집수리라도 하면 돈을 더 받는게 아닌지 의심하기도 한다. 이런 엄마의 모습은 어쩌면 당연한 건지도 모른다. 아빠의 많지 않은 월급에, 직장을 다니시며 자신에 대해서는 신경도 쓰지 못하는 엄마가 안쓰러웠다. 은혜도 나 정도로 크면 자신의 엄마를 보며 이런 생각을 느낄까? 아마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3-1 김성은)


(전략) 원미동은 우리 삶이 거울이다. 답답하고 항상 무언가에 쫒겨야 하지만 멈출순 없는, 처절하고 쓰라린 밑바닥 인생이지만 그보다 더한 아름다움을 찾을 수 있는 우리의 모습 말이다. 비록 내 기억에 인상 깊었던 이들은 몽달씨, 강노인, 은자, 임씨, 진만이네 아버지 등과 같이 당하고 또 다시 내어주고 일어나야했던 이들이지만, 나는 김반장과 같이 메마른 인간성을 보여주는 이들을 이해할 수 있다. 김반장이나 찻집 여자 같은 이들을 욕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들은 그 나름대로 아름다운 삶을 살아갔던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비록 시대적으로는 서로 다른 곳에 있었지만 내가 이 책을 읽고 끄덕일 수 있었던 이유는 내가 항상 바라보고 기억하는 우리 모습을 담고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한다. 그래서 원미동은 우리의 거울이라 하고 싶다.(3-1유정서)


(전략) 한계령에서 나오는 말처럼 우리들은 제각기 무거운 짐꾸러미를 어깨에 메고 가파른 언덕이나 산을 오르기 위해 낑낑대고 있다. 어떤 이는 짐 꾸러미를 메고 산 중턱을 올라가기도 하고, 어떤 이는 그 산을 다시 내려가기도 한다. 비록 삶은 고난과 시련의 연속일지라도 그 고난과 시련을 자기 자신만의 방법으로 헤쳐 나가고 그  속에서 오는 기쁨과 희망을 소중히 한다면 우리들은 언젠가 산의 정상에 올라와 있을 것이다.(3-1이지나)


 이 세상에 착한 사람은 없다. 내 생각이다. 나는 무조건 양보하고 배려하는 사람만이 꼭 착한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유치원 시절 나는 소심해서 남의 부탁을 거절하지 못하고 무조건 받아들일 때가 있었다. 그러다보니 애들이 나에게 부탁하는 일이 많아졌고, 나는 어쩔 수 없이 해야 했다. 그러다 너무 지겨워 거절하기 시작했다. 결국 어느새 아는 애들한테 재수 없는 아이로 찍히게 되었다. 어린아이들이었지만, 난 그 때 참 씁쓸함을 느꼈다.

 나는 인간관계에서 사람들이 착해지기도 하고 나빠지기도 한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을 만나 같이 웃고 서로 배려하는 법을 배우고, 그 사람과 싸우고 말다툼을 하다보면 미워하는 감정도 생기고 상처도 받는다. 결국 사람을 상처 주는 건 그 어떤 것도 아닌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3-1이현주)


(전략) 

 나는 읽는 내내 엄씨 부인보다 찻집 여자가 몹시 가여웠다. 부모님도 돌아가시고 가족은 서울에 있고 이모는 성남에 계시지만, 그녀가 돈을 모으기라도 하면 피붙이들이 돈을 뜯어가고, 돈을 필요로 하는 사람이 나타나서 마음을 많이 졸였을 것 같았다. 텔레비전을 보면 항상 가난했다가 성공한 사람들이 많이 나오는데, 찻집 여자가 젊음을 다바쳐서 일했어도 가난이 계속되는 것을 보면 모두 다 성공하는 것은 아니구나 하고 깨달았다.

 물론 엄씨 부인이 복 받은 것도 아니다. 딸이 세이나 있으니 나름대로 걱정거리가 항상 있을 것 같다. 가장 가까운 우리 엄마를 봐도 절실히 느낀다. 나 같은 철부지 딸과 사고뭉치 동생 때문에 하루가 다르게 주름이 깊어지고 예전과 같지 않다는 것을 새삼 느끼고 있다. 엄씨가 찻집 여자에게 정을 붙이면서 부인도 치장에 다시 손을 댄 게 당연한 결과로 여겨진다.(3-1장혜화)



<비교적 창의적인 제목을 단 사람 >

-보이지 않는 사람들의 마음 속(3-1김건우)

-가난으로 변해가는 것(3-1이재황)

-비극적인 삶의 진화과정(3-1박성진)

-삶이라는 무게(3-1박주현)

-이 세상에 착한 사람은 없다(3-1이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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