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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종례시간에 민요 부르기
조회 95
회원이미지김은형
2008-04-10 14:19:39
       
 

2008.4.5(토)

 종례시간에 민요 부르기


 드디어 꿈이 이루어졌나보다. 국어수업 중에 판소리 소설을 가르칠 때, 직접 라이브로 한 대목 멋지게 불러주는 꿈. 그리고 조 종례 시간에 아이들과 함께 신나게 민요를 불러보는 꿈 말이다. 신명은 많지만, 음감이나 박자감이 워낙 좋지 않은 편이어서 대중가요도 잘 부르지 못하는데 판소리나 민요는 언감생심이었다. 하지만 지난 몇 해 동안 취미생활 삼아 돈과 시간을 투자한 끝에 조금씩 발전하기 시작해서 작년에는 수업 중에 판소리를 불러주기는 했다. 하지만, 이제 좀더 본격적으로 그것을 써먹을 일이 생긴 것이다.  

 

 우리 학교 원어민 교사인 퍼나양은 캐나다 출신이다. 오늘 한국인과 전통혼례를 올리는데 내게 우리 전통노래로 축가를 불러달라는 특별한 부탁을 받았다. 전에 교사들끼리 모인 자리에서 진도 아리랑을 잠깐 불렀는데 그것을 듣고 자기 결혼식에 불러주면 좋겠다고 청했던 것이다. 나는 물론 흔쾌히 수락했다.

 이 이야기를 들은 우리 반 아이들이 말했다.

 “선생님, 음악 시간에 ‘진도아리랑’ 으로 수행평가를 받아야 하는데, 좀 가르쳐 주시면 안되요?.”

 한다. 이게 웬 떡인가? 나는 몹시 기분이 좋았다.

 “가르쳐 주고말고! 너희들에게 불러주고, 가르쳐주려고 선생님이 그 동안 수백 만 원 이상  투자해서 배운 건데.”

 나도 기뻐하고, 아이들도 기뻐하니 참 좋다. 내가 먼저 가르쳐준다고 한들 좋아할 리 없을 터인데, 점수 따는 일과 연계되니 아이들은 고마운 마음으로 배우고자 한다. 나는 아이들 맘 변할까봐 얼른 전지에 진도아리랑 악보를 그려 붙이고 매일 종례시간에 한두 번씩 같이 부르기 시작했다. 아이들은 ‘떠는 목과 꺾는 목’을 따라하며 재미있어 한다. ‘응, 응-응- 아라리가 났네’하는 대목이 어렵다고 푸념하는 아이들에게 우스개 얘기도 들려주었다.

“‘아리아리랑, 스리스리랑 아라리가났네. 아리랑 응응응 아라리가 났네’가 무슨 뜻인지 알아? 아리랑과 스리랑이 서로 ‘응응응’하고 사랑을 했더니 바로 아라리가 태어났지 뭐야. 너희 엄마 아빠가 모두 아리랑과 스리랑이고 그러니까 너희가 바로 아라리인 셈이란 말이야.”

 아이들이 재미있게 웃는다.


 퍼나의 전통혼례식에 관심을 갖고, 내가 부를 축가도 듣고 싶어 하던 아이들은 혼례식장에는 오지 못했다. 하지만, 나는 한 시간 전부터 가서 수없이 반복반복 연습을 한 후 신민요 ‘사랑가’를 불렀다. 원래는 판소리 춘향가의 ‘사랑가’ 일부를 부르려고 했지만, 가사가 남성중심적인 내용이어서 별로 탐탁하지가 않아 가사가 예쁘고 좋은 신민요를 선택했다.

 따뜻한 봄 햇살이 마당 가득 쏟아지는 한옥 마당에서 칠보단장하고 가마타고 온 캐나다 신부를 위해 기쁜 마음으로 사랑가를 불러 주었다. 마당에 둘러앉은 하객들은 이국 신부보다 더 낯설고도 신기한 사랑가를 듣기 위해 귀를 쫑긋 세우고, 숨도 쉬지 않는 듯 조용하기만 했다.


 “사- 사랑을 할려면, 요 요렇게 한단다.  요내 사랑 변치 말자 굳게굳게 다진 사랑.

어화 둥둥 내 사랑. 둥당가 둥당가 덩기 둥당기 내 사랑. 꽃과 나비 너울너울 춤을 추고

우리 네 사 사랑은 아히가히가 두둥실 좋을시고!

 다- 당신은 내 사랑. 아이 알뜰한 내 사랑. 일편단심 변치 말자, 굳게굳게 다진 사랑. 어화둥둥 내 사랑. 둥당가 둥당가 덩기 둥당기 내 사랑. 너를 보면 신바람이 절로 나고 너를 마 만나면 아히가히가 두둥실 좋을시고!“



 이 노래는 최근에 배운 판소리나 민요는 아니다. 적어도 이십 여 년도 더 된 80년대 중반, 민주화 운동의 물결과 함께 문화운동이 일어났던 그 시기 ‘민요연구회’에 가서 배운 노래다. 그렇게 듣기 싫고 시끄럽기만 하던 풍물을 신명의 소리로 배우고, 민요를 배우고, 우리 옷을 다시 입던 시절, 가장 뜨겁고 가장 행복했던 저 희망의 80년대의 노래다. 그 찬란했던 시절의 뜨겁게 살아낸 그 감동을 다시 떠올리며 노래를 부르니 가슴이 미어질 듯 슬픔과 기쁨이 동시에 덮쳐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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