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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삼국유사 문학기행(고운기 교수님) - 파란 가을 하늘 아래 달콤한 홍시 따 먹기
조회 18995
회원이미지박미연
2013-10-30 14:31:38
       

주중 일정이 쉴 틈 없이 있는 상황에서 주말 1박 2일 기행을 결정하기는 쉽지 않았다. 그래도 올해는 ‘열정’과 함께하는 ‘열정’있는 교사가 되기로 마음먹었기에 첫 시작부터 포기하고 싶지 않아서, 더불어 고운기 교수님의 책을 읽고, 일연의 발자취와 일연의 글쓰기에 대해 알게 되면서 ‘나도 길을 따라 가보고 싶다’는 생각에 기행에 참여했다.

한 시간 가까이 늦게 출발하는 우여곡절 끝에 시작한 답사 기행은, 감산사에서 감사한 마음으로 점심 공양을 모시는 것으로 시작했다. 경내에 들어서며 보이는 아기자기한 많은 꽃들의 모습에서 수행 공간을 성심을 다해 가꾸는 스님들의 마음이 느껴졌다. 스님들의 맑고 고운 얼굴이 경내 풍경에 그대로 드러나는 것 같았다. 늦은 점심이었지만, 스님들께서 손수 재배한 채소들로 이루어진 점심 공양은 찌든 내 몸을 정화시켜주는 느낌이었다.

남산에서는 불심이 깃든 바위들을 보며 마음을 다해 기원하는 것이 어떤 것인가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빠르게 저물어가는 가을 저녁 해 때문에 애초에 생각했던 사색의 계절 가을을 만끽해 보려는 계획은 틀어져서 아쉬웠지만, 하나라도 더 얘기해 주시려는 교수님의 열정에 감복하며 아쉬운 마음을 달랠 수 있었다. 사방이 어두컴컴한 가운데 덩그라니 있는 진평왕릉에서 불빛을 비추며 들은 진평왕에서 선덕여왕으로 이어지는 왕위 계승 이야기, 현대사와의 접목을 시도한 교수님의 글 이야기는 경주의 야사(夜事 & 野史)로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아쉽지만 반드시 남산 탐방을 위해 다시 경주를 찾아야겠다고 생각하며 발걸음을 옮겼다.

포항으로 향하는 캄캄한 국도를 한 시간 달려 횟집에서 푸짐한 회를 먹고 파도소리를 들으며 잠이 들었다. 아래층에서 들려오는 교수님과 김태철 샘의 노랫소리는 파도소리와 더불어 포항의 가을밤의 정취를 깊게 해 주었다. 술과 노래와 웃음과 대화... 이것이 사는 맛이로구나.... 술도 노래도 못하는 내게 남은 것은 무엇일까...하는 생각에 약간의 쓸쓸함도 느낀 것 같다.

다음 날 아침, 동해 바다를 바라보는 숙소의 창 너머로 밝은 햇살이 비치기 시작하고 밖에서 들리는 밝고 높은 목소리에 잠이 깼다. 전날 잠자리에 들면서 일출을 보리라 마음 먹었지만 ‘해가 뜬다’는 고함소리를 방에서 듣고야 말았다. ‘회오리밤 같은 것, 항같고 독같은 것, 쟁반 같은 것, 수레바퀴 같은 것, 소혀처럼 물 속에 풍덩 빠지는 것’도 다 놓치고, 바다위에 둥실 떠오른 모습을 봤다. 아쉬웠지만 숙소에 앉아서 보는 빠알간 아침해도 참 예뻤다! 

빨간 사과들이 주렁주렁 탐스럽게 열려있는 밭길 사이로 찾아간 곳은 거조암. 소박하면서도 조금 익살스러운 듯도 한 느낌을 주는 526 나한상을 뵈면서 보통 사람들의 소박하고도 지극한 마음을 생각해 보았다. 가을 산에 둘러싸여 포근하게 느껴지는 경내 풍경이 마음을 평안하게 해 주었다. 지금 내가 바라는 것을 생각해보고 마음 속으로 되뇌면서, 조금은 간절한 마음으로 소원을 빌면서 돌아나섰다.

일연 스님이 삼국유사를 저술한 인각사는 아직은 인각사지로 불러도 될만큼 이제 겨우 법당들이 자리를 잡아가기 시작한 곳이었다. 삼국유사의 도시 군위가 사람들에게 알려지려면 아직 시간이 많이 필요해 보였다. 허허벌판에 세운 절이라니.. 거조암에서 느껴지던 포근함은 없었지만, 일연 스님이 머물던 때 얼마나 큰 위용을 자랑했을지 머릿속으로 가늠해 보며 '국사'라는 자리의 위상을 다시금 느끼게 되었다.

제2석굴암이라 불리는 삼존석불을 찾아갔다. 아쉽게도 가까이 갈 수는 없었고 계곡 건너에서 참배할 수 있었다. 우리가 도착한 시간엔 삼존불이 그늘 밑에 계셨기에 사진이 아닌 눈으로, 마음으로 담고 와야 했다. 국사책에서 본 적이 없어서 생소했지만, 찾는 사람들이 꽤 많은 걸 보니 이제 알려지기 시작한 것 같다. 더불어 인근 마을 사람들에겐 관광객들을 통해 수입을 올리게 해 주는 고마운 절이 되고 있었다. 풍요로운 가을을 체험하기위해 나도 사과를 한 아름 사서 나눠 먹었다.

전날 경주에서는 단풍 든 풍경을 보기 어려웠는데, 둘쨋날엔 곳곳에서 빨갛고 노란 나뭇잎을 볼 수 있어서 가을 풍경을 눈에 실컷 담고 왔다. 더불어 이틀 모두 화창한 가을 날씨여서 파란 하늘도 함께.

피곤함에 버스에 앉기만 하면 졸음이 쏟아지는 여행이었지만 10월의 마지막 가을 여행으로 가을 바람과 햇살에 마음을 털고 말린 상쾌한 시간이었다. 더불어 함께 한, 마음 따뜻한 모든 샘들 덕분에 더더욱 기억에 남을 여행이 될 것이다.

삼국유사 스토리텔링 시리즈로 15권을 출간하시겠다는 고운기 교수님의 포부와 삼국유사에 대한 애착과 열정, 답사 기행을 준비한 열정 샘들의 열의와 세심함에 감동한 이틀이었다. 까치밥을 남겨 놓은 곱고 따뜻한 마음이 겨울철 추위와 배고픔에 떠는 까치에게 귀한 선물이 되듯 이틀 동안 나는 빨간 홍시의 달콤한 맛을 힘 안 들이고 따 먹은 느낌이었다. 고운기 교수님도 열정 샘들도 모두모두 지치지 말고 열정을 꼭 이어가시길 바라는 내 마음이 이기적으로 비춰지지 않을 거라고 믿으며 다음, 또 다음 열정을 기다린다.

 
 회원이미지김태철  2013-10-31 13:06   답글    
미연샘의 정강한 글을 읽다보니 강행군이었던 1박 2일이 고스란하게 여화 속 한 장면이 되는군요.
참 글을 잘 쓰십니다. 버스기사님 때문에 속앓이를 했던터이라 조마조마 했습니다.선생님의 고운 추억이 사과볼에 스미는군요. 마지막 강의 때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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