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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교육명저 속 인상적인 부분
조회 17
회원이미지교실이데아
2021-11-02 18:12:48
       
종이 울렸다. 그녀는 핸드백 속에서 화장품이 담긴 작은 비닐주머니를 꺼내서 거울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보았다. 분만 가볍게 바른 엷은 화장, 루우즈도 약간의 형식에 지나지 않는다. 교실에서는 여교사는 여자이어서는 안된다. 여자 냄새가 나서도 안되지만 그러나 청결한 여자가 아니어서는 안된다.
 
그 미묘한 인상을 시노다 후미꼬는 스스로 확인해 보는 것이었다. 어린이들은 민감하다. 차림새가 안좋은 여교사를 분명히 경멸한다. 그나구라 거뀨요 같은 젊고 화장이 진한 멋쟁이 선생에게는 일종의 반발을 느끼는 것 같았다. 사내아이는 노골적으로 겉으로 그것을 말한다.
“저 선생 냄새난다. 냄새나서 싫어…….”
머리를 손질하고 옷을 단정히 하고서 시노다 선생은 직원실을 나왔다.
 
한참동안 소란했다가 어리이들은 정해진 자기들의 책상에 앉는다. 책상뚜껑이 잘 열리는지 시험해 본다. 자기 근처 누가 앉아 있는가를 둘러본다. 그것이 끝나자 이번에는 갑자기 굳은 표정으로 선생쪽을 본다. 새로운 학년을 맞는 긴장감은 어린이 마음에도 있는 것이다.
이번 담임 선생이 어떤 선생인가를 학생들은 가급적 빨리 알려고 한다. 알기 전에는 어딘가 긴장해 있는 것이었다.
“모두들 무척 착한 얼굴들을 하고 있군요.”라고 서노다 선생은 교단 위에서 말하였다.
 
“언제나 그렇게 착한 얼굴로 공부하고 있습니까?……정말은 더 떠들고 장난을 치면서 공부하지요. 가장 장난을 잘 치는 사람은 누구?…손을 들어 보셔요.”
거기까지 말하자 아이들의 긴장감은 비로소 풀어졌다. 웃음소리가 나고 농담들이 나왔다.
“고다니… 고다니군입니다.”
“거짓말 말아, 네가 그렇지.”
시노다 선생은 우선 아동들 마음의 긴장을 풀어주고 잠시 왁자지껄 떠들썩한 채로 두었다. 떠들고 있을 때야말로 어린이의 개성이 나타난다. 으스대는 남자아이, 형식적인 여자아이, 수줍어하는 여자아이, 짓궂은 남자아이, 언제나 토라져 있는 여자아이…키가작아서 둘째줄 교단 앞에 앉은 아이는 입을 헤벌리고 웃고 있다.
 
“여러분은 오늘부터 4학년이지요?”라고 선생은 일부러 틀리게 말했다.
교실 안은 웃음과 고함소리로 대소동이 났다.
“아닙니다.”
“5학년입니다.”
“선생님 바보!”
“잘못했어요. 선생님이 뜰렸어요. 작년이 4학년이고 올해는 5학년이죠. 5학년이라면 이제 고학년입니다. 좋은 것도 나쁜 것도 모두 알 나이지요. 어린 3학년이나 2학년의 모범이 되는 것이 5학년이나 6학년이지요.”
 
교실은 정숙해졌다. 그러나 이 정숙함 속에 활발히 움직이고 있는 아이들의 고동이 있다. 파도와 같이 살아서 움직이고 있다. 그것이 하나의 흐름을 이루곻 교실의 분위기로 되어 선생쪽으로 집중해 온다. 이러한 분위기가 교실을 지배하고 있을 땐, 어떠한 공부일지라도 순조롭게 진행된다. 어떠한 훈화라도 솔직하게 받아들인다.
 
어린이를 지배하는 것은 일종의 최면술이었다. 선생이 아동들의 마음을 하나로 잡아서 조련사가 새를 조종하듯이 모든 아이들을 한꺼번에 움직이면서 조종해나가지 않으면 안된다. 그것은 교육기술보다 한 발 앞선 기술, 어린이의 마음을 공부에 집중시키는 기술이었다.
 
노련한 교사는 언제나 그러한 기술을 사용한다. ‘교활하다면 사실 교활하다. 그러나 학생들은 교사에게 조종되어서 즐겁게 공부하고 즐겁게 사고한다. 아이들의 두뇌는 활발히 움직인다. 교사의 기술은 아이들이 두뇌를 활발히 움직이게 하는 자극제이었다.
선생의 얼굴은 지금 거울같이 맑다. 이 많은 아이들을 가르치고 키워나간다는 기쁨과 긴장이 그녀의 감정을 생생하고 맑게 만들었다. 그것은 가정을 잊은 얼굴이었다. 사생활을 떠나서 선생이라는 직업에 몰두한 얼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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