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치 :   사랑방 > 자유게시판
처음으로  
  Search
Start
Get Cookie : ASDHFASDJK_Naramal
Cookie Exist
0001-01-01 00:00

End
전국국어교사모임 바로가기



사랑방
 
    자유게시판
이 게시판은 자유롭게 소통하는 자리입니다.
외부 연수와 행사 안내는 외부연수 행사 안내게시판을 이용해 주세요.
게시판 성격과 맞지 않는 글은 통보 없이 다른 게시판으로 옮겨지기도 합니다.


 댓글을 남겨주세요 close  
제목
어느 중학교 교사의 고뇌와 답변(2)
조회 21
회원이미지교실이데아
2021-10-06 09:49:01
       
지난 번에 이어서.. 법륜스님의 답변 계속.
 
첫째, 강의할 때 내가 재미있나 안그러나 자기를 먼저 점검해봐야 해요.
가르치는 것을 놀이 삼아 한다는 경지가 좋은데.. 앉아 듣는 게 참 어려운 일이에요.
들어주는 게 보살에요.
이렇게 웃어주면서 박수도 쳐주고 해야 강사도 신이 나서 더 잘하는데..
떡 앉아서 눈 뚱그렇게 떠가지고 듣는 게 어려운 일에요. 녹화를 해서 나를 보세요.
 
제도가 나쁘든지 그런 건 신경쓰지마. 자기가 언제부터 뭐 의리 있는 의지의 여인이라고..
무슨 그런 생각 하지 마~.
 
둘째로, 나는 재밌는데 다른 사람은 재미 없어. 가끔 코미디 같은 걸 보면
뭐라고 뭐라고 해놓고 자기 혼자 웃잖아요? 나는 하나도 재미 없는데 제 혼자 웃잖아요?
그래서 나도 재밌고 남이 구경꾼이 봐도 재밌도록 해야 한다.
남이 봐서 재밌도록 하려면 두 가지 조건이 갖춰져야 하는데.. 하나는 쉬워야 해요.
알아들을 수 있어야 한다는 말.
 
그 다음엔 들어서 뭔가 배우는 게 있어야 한다는.. 내용이나 유익함 같은 것.
자기가 한 비디오 틀어놓고 가만히 봐요. 어 저 내용이 있나?
재미는 있는데 내용이 없어. 내용은 있는데 너무 어려워. 그럼 안돼.
제일 웃기는 게.. 내용도 없고..(사이 웃음) 재미도 없고.. 그러니까
별 내용도 없는 걸 어렵게 한다. 이럴 땐 다 엎드려 조는 거여.
 
그래서 선생님이 강의를 할 때엔 애들 눈을 봐야 해요.
내 수업이 재미가 있는지 못 알아듣는지 눈을 맞춰야 돼요. 눈을 마주치면 잠을 자려다가도
정신을 차리게 되고..
강의하는 사람이 자신 없으면 천장만 쳐다보고 녹음기 돌아가듯 하는 거에요.
 
쉽게 강의하는 게 쉬운 것 같죠? 그렇지 않아요. 그럴려면 내용이 완전 통달이 되어야 해요.
그래야 일상적 용어로 완전히 평범한 용어로 얘기를 할 수 있지,
통달이 안되면 여기 저기서 끌어다 인용을 하고 그게 재미없단 것이지.
남의 얘기 학설 짜깁기한 논문처럼 재미없는 게 어딨어요?
그래도 논문은 근거가 있어야 통과하니까 그렇게들 해요.
(남의 얘기를 끌어다 쓸 때엔 재미있는 것을 골라 쓰면 좋겠네요)
 
그런데 선생님들의 경우는 자기가 잘 몰라서 못 가르치는 게 있고
잘 아는데도 못 가르치는 게 있어요. 후자의 경우는 모르는 사람의 심정(수준)을 잘 이해 못해요.
개구리 올챙이 시절 이해 못하듯이. 과거에 공부했던 기억을 떠올리며
뭘 내가 몰랐는지 모르는 사람의 심정에 서서 설명을 해줘야 해요.
 
다음으로 강의 끝나면 시험을 쳐봐야 해요. 대개의 경우, 틀리면 짜증을 내는데 그러지 말고
어떤 문제에서 이해도가 떨어지고 하는지 진단을 해봐야겠지요.
설문지 조사도 가끔 해요. 공부하는데 뭐가 문제라고 생각하느냐. 이렇게 고쳐나가야 한다는 것.
그런데 이걸 안하고 애들 나무라고 교육제도나 탓하면 안되죠.
 
못하는 애들은 방과후에라도 돈 관계 없이 가르치는 열정이 있다면 더욱 좋은 것이고..
내가 싫긴 싫지만 저 분이 정성을 기울여 나에게 가르쳐주려 한다는 감동이 와야 하죠.
(내가 볼 때는 고전적, 이상적 교육자상이나 지금도 경우에 따라 필요할 수 있음)
 
아무리 정성이나 정열을 가지고 해도 공부란 배울 게 있어야 한다..
공부의 실질적 내용을 주는 것.
(이것을 깊게 들어가보면 학습목표를 분명히 하고 도달수업을 하는 것)
 
교사의 불만인 교육제도, 이것을 애들에게 말해서 어떡하란 얘기에요?
낼 모레 시험칠 아이들에게.. (현실에 대한 비판도 애들이 받아들이는 수준이 되고
어떤 계기가 있을 때 하는 것이 바람직할 듯)
그러나 이런 상황에서도 틀에 갇혀있을 수만은 없다. 공부가 목적이지 성적이 목적일 순 없다는 것.
형식이나 성과가 아니라 필요없게 보이는 학문도 살다보면 어떤 뭐로든 도움이 된다는 것도
얘기해줘야 하고..
 
전체적으론 집에서 애견 정도로 키우면 안된다. 사람으로 키워야 한다.
신도님들이 애들 데리고 나에게 와서 상담 좀 해주세요 하면 난 절대 안해요.
상담해봐야 아무 소용이 없어요.
부모가 애들 데리고 와 ‘좋은 말씀 좀 해주세요’ 하면 그건 부모 말 잘듣게 해달라는 말인 즉,
내가 뭣 때문에 그렇게 하는데..? 자기 인생도 잘 못사는데, 남의 인생 간섭하려고 하는데
뭣땜에 내가 시킨 말을 들어요?
 
내가 딱 보니까, 야 너 쓸데없는 이런 공부하지 마라. 인도 가서 자원봉사해라.
내가 이렇게 말하면 부모가 ‘아이고 스님 감사합니다.’ 이런 사람 있겠나?
정말 이 아이를 위해서는 휴학하는게 좋고 자원봉사하는 게 더 중요하고 어쩌면
불교 공부하는게 더 중요하지, 지금 이렇게 어거지로 학교 다니면 앞으로 정신병자 될 수 있다,
그렇게 얘기한다고 부모가 내 말 듣겠나? 안 듣지.
 
내가 아이하고 상담하면 부모를 위해서가 아니라 아이를 위해서 해줘야 할 게 아니여?
아내가 와 상담하면 아내 보고 ‘남편들이 괴롭다’ 하는데 ‘남편한테 참회하세요’ 하면
남편을 위해서 하라는 게 아니라 자기 인생 먼저 행복해라 이 말 아니여? 
 
----------다음에 계속 ----------
댓글을 남겨주세요     ( 0 / 2000자 ) ( 최대 2000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