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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교육과정 개정 고시를 철회하라
조회 3728
회원이미지우리말
2011-08-10 14:53:57
       
2011 교육과정 개정 고시를 철회하라
-국어과 교육과정을 중심으로-
 
 
 
교육과정 개정, 공기 단축만 앞세운 졸속의 극치다.
 교과부는 8월 9일 또 교육과정을 개정 고시했다. 2011년 1월 말, 교과 교육과정 개정이 필요하다고 밝힌 지 6개월 만에 교육과정을 완성했다고 고시한 것이다. 2009년 12월, 1년도 못되는 짧은 기간에 2009 교육과정을 완성했다고 발표해서 학교 현장을 어리둥절하게 하더니 이번에는 그 기간을 더 단축시켰다. 교육과정 개정에 보통 2-3년 이상 소요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는 거의 경이적인 졸속이다.
 2007년 2월에 개정 교육과정이 고시되었으나 그 교육과정으로 만든 교과서로 수업을 한 시간도 해 보기 전에 정권이 바뀌면서 2009 교육과정이 고시되었다. 그런데 2007 교육과정에 따라 만든 국어 교과서가 막 현장에 모습을 드러낸 지금, 다시 새 교육과정이 고시된 것이다. 더구나 국어과 고등학교 심화과목은 2007 교육과정에 따른 교과서를 만들어 보지도 못하고 폐기되었으며, 2009년에 교육과정이 새로 발표되었다. 하지만 그때 발표된 교육과정에 따라 만든 교과서가 아직 학교에 도착하기도 전에 이번에는 2011 교육과정이 고시되었다. 새로 고시된 심화과목 교육과정은 2009 교육과정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이렇게 비정상적이고, 졸속적으로 교육과정을 바꾸다 보니 현장에서는 교육과정에 무감각해져 간다. 교육과정이 교사나 학생, 학부모들에게는 오히려 모르는 게 편한 골칫덩이가 되어 가고 있다.
 
 
교육과정 개정의 명분이 없다
 2007 교육과정이 현장에 적용되는 것을 적극적으로 막으면서 두 차례에 걸쳐 교육과정을 개정했으나 개정의 이유를 짐작할 수 없다. 특히 최근의 고등학교 국어 교육과정을 비교해 보면 그런 현상을 금방 알아챌 수 있다.
 
2007 교육과정: 국어(국민공통), 화법, 독서, 작문, 문학, 문법, 매체
2009 교육과정: 국어(선택이지만 필수), 화법과 작문1, 화법과 작문2, 독서와 문법1, 독서와 문법2, 문학1, 문학2
2011 교육과정: 국어1, 국어2, 화법과 작문, 독서와 문법, 문학, 고전(모두 선택)
 
 ‘매체’과목을 신설했으나 아무런 현장 검증 없이 교과서도 안 만들어 보고 폐기해 버렸다. ‘화법과 작문’, ‘독서와 문법’, ‘문학’은 모두 1과 2로 되어 있었으나 아직 교과서도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1, 2 구별 없이 한 과목으로 되었다. 대신‘고전’이라는 새로운 과목이 등장했다. 과목을 만들거나 폐기하면서 별 이유를 제시하지 않았다. 다른 심화 과목도 왜 각각이던 두 과목이 한 과목으로 묶였는지, 하나로 묶되 1과 2 두 과목이던 것이 왜 하나로 다시 통합되었는지 아무 검증 절차가 없었다. 교육과정을 만드는 사람의 주관에 따라 과목이 신설되거나 폐기된다고 볼 수밖에 없다.
 
 
비정상적인 교육과정이다
 이번에 발표하는 교육과정의 가장 큰 특징은 고등학교의 모든 교과목이 선택과목이 된 점이라고 한다. 지금까지 국어과는 10년의 공통과정과 2년의 심화 선택 과정으로 편성되어 있었다. 그러던 것을 9년의 공통과정과 3년의 심화 선택 과정으로 바꾸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국어과 공통과정의 내용도 10년간으로 편성했던 것을 9년간으로 조절해야 한다. 그렇게 해야 중학교까지 9년간의 공통과정을 마친 뒤에 고등학교에서는 자유롭게 심화과목을 선택할 수 있다.
 그러나 이번에 발표된 교육과정의 내용은 전혀 그렇지 않다. 그간 9학년에 해당하는 내용까지 잘라서 공통과정에 배치하고, 10학년에 해당하는 내용은 대부분 심화 선택과목인 ‘국어1’과 ‘국어2’에 배치했다. 그렇다면 심화 선택과목 ‘국어1’과 ‘국어2’를 이수해야 기존의 국어 공통과정을 이수하게 되는 셈이다. 선택과목이지만, 고등학교 1학년에서 선택하지 않으면 국어 과목을 마무리하지 않고 심화과목을 공부하는 비정상적인 상황이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더 심각한 졸속이 우려된다
 그러나 졸속이 교육과정 개정에서 그치지 않는다는 것이 더 심각한 문제다. 교과부가 발표한 교육과정 부칙을 보면 이 교육과정은 학교 급별, 학년별로 다음과 같이 시행한다고 했다.
2013년 3월 1일 : 초등학교 1, 2학년, 중학교 1학년, 고등학교 1학년(영어)
2014년 3월 1일 : 초등학교 3, 4학년, 중학교 2학년, 고등학교 1학년, 고등학교 2학년(영어)
 지금까지 교육과정이 고시되면 시행 시기는 최소한 2년 이상 여유를 두었으며, 초등 1,2학년이 먼저 시작하고 1년 뒤에 중학교에서 시작하는 체제였다. 7차 교육과정은 1997년 12월에 고시되었는데 2000년 3월 초등학교 1, 2학년에서 시행되었으며, 2001년 3월 중학교 1학년에서 시행되었다. 2007년 2월에 고시된 2007 교육과정도 2009년 3월 초등학교 1, 2학년에서 먼저 시행되고, 2010년 3월 중학교 1학년에서 시행되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초등학교 1, 2학년과 중학교 1학년이 동시에 2013년 3월 이 교육과정의 적용을 받는다고 한다.
 2013년 3월에 이 교육과정이 시행되기 위해서 기본적으로 전제되어야 할 것은 교과서다. 교과서는 언제 완성되어야 하는가. 2011년 말이나 늦어도 2012년 초까지 교과서가 완성되어야 교과부의 검정 절차와 학교의 선정 절차를 거쳐서 2013년에 활용될 수 있다. 교과서를 만드는 데 주어지는 시간이 6개월밖에 안 된다는 얘기다.
 더구나 이번에 발표한 교육과정은 학년군제로 되어 있다. 초등은 두 학년씩 묶어서 한 학년군으로 했고, 중학교는 1,2,3학년을 모두 묶어서 하나의 학년군으로 했다. 교육과정에서 학년 구분을 하지 않았으니 교과서를 만드는 집필자가 한 덩어리로 되어 있는 교육과정을 학년 위계에 맞게 편제를 새로 짜야 한다. 세부 교육과정은 집필자가 다시 짜야 하는 형태로 교육과정이 구성된 것이다. 그러니까 중학교 1학년 교과서를 만들 때 1학년 1,2학기 교과서 두 권만 만들 수 없고, 3학년까지 6권을 한꺼번에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생활국어까지 합하면 12권의 교과서를 한꺼번에 만들어야 한다. 6개월은 한 학년 두 권의 교과서를 집필하는 데도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다. 그런데 이번 교육과정의 특성상 3개 학년 전체 교과서의 틀을 마련해야 한다. 필연적으로 졸속일 수밖에 없다.
 
우리의 요구
1. 교육과정 개정 고시를 철회하라
- 개정의 명분도 없고, 내용도 비정상적인 교육과정은 학교와 교육을 혼란스럽게 할 뿐이다. 2009 교육과정을 고시하면서 2007 교육과정이 하자가 많기 때문에 현장에 적용되기 전에 수정한다고 이유를 제시했다. 이번에야 말로 현장에 혼란을 불러일으키기 전에 고시를 철회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2. 장기적인 관점에서 교육과정 개발 계획을 마련하라.
- 관점 없이, 원칙 없이 만들어지는 교육과정은 교육과정의 권위만 떨어뜨린다. 정치권의 외풍에서 벗어나, 교과별 특수성이 최대한 발현될 수 있도록 교육과정 개발 계획을 수립하여야 한다.
 
3. 학생들의 눈높이를 고려한 교육과정 개발을 위해 기초연구 작업을 강화하라.
- 학생들이 학령대별로 알아야 할 어휘가 무엇인지, 바탕글의 수준은 어느 정도인지, 그것을 받아들일 학생의 수준은 어떤지에 대한 기초 조사 연구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
 
4. 교과서 개발 기간을 늘려서 양질의 교과서를 만들게 하라.
- 6개월 동안 한 학년군의 교과서를 개발하게 하는 비상식적 사고를 버려야 한다. 질 높은 교과서가 교육의 질을 높인다는 인식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질 높은 교과서가 개발될 수 있도록 최선의 지원과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2011년 8월 9일
 
전국국어교사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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