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경기국어교사모임 연수국장 김형태입니다.
교직 3년 째,
어쩌다보니 처음부터 고3 담임을 맡아 3년 내리 입시에 목을 매는 교사가 되어 있었습니다.
학생들과 희망을 이야기하고 가능성을 찾아가고 싶었는데,
"니 성적으로 xx 대학은 무리야."
"여기 원서뜨면 떨어져"
할 수 있다는 말보다는 안된다는 말을 더 많이 하는 고3담임입니다.
수업은 오로지 언어영역 문제풀이.
거의 매일 학교에 남아 야자 감독을 하고, 하루 두 시간 보충수업을 하는 동안
처음 품었던 교직에 대한 꿈과 희망은 제 체력만큼이나 바닥이 나버렸습니다.
그때 교과모임에 문을 두드렸습니다.
한달에 한 번, 생활의 전부이다시피 한 학교를 떠나 다른 국어선생님들과 책을 읽고 이야기 나누고
서로 학교 고민을 주저리주저리 떠들 수 있어 행복했습니다.
더 욕심이 생겼는지, 고3담임임에도 불구하고 젊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덜컥 경기모임 "연수국장" 자리를 맡았습니다.
작년 5월 경기모임 <젊은국어교사연수> 프로그램을 준비할 때는
처음 기획하는 거라 미흡한 점도 많았고, 아쉬운 점도 많았지만,
함께 했던 많은 선생님들이 제가 준비한 것 이상으로 많은 것을 얻어 갔고,
저 역시 그런 선생님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그동안 경기모임 연수는 젊은 국어교사를 대상으로
1박 2일이라는 짤은 시간에 다양한 주제를 가지고 이것저것 맛볼 수 있는 연수였습니다.
하지만 하나의 주제(예를 들어 독서교육)를 두세 시간에 소화할 수는 없었습니다.
그래서 올해는 하나의 주제를 가지고 깊이 있게 다루기로 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결정된 주제가 바로 <창작>이었습니다.
국어 과목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문학 작품들.
문학 작품을 더 잘 가르치기 위해서는 교사가 먼저 문학에 대해 전문가가 되어야 하고,
문학 작품을 직접 창작을 해본 교사라면 더욱 문학에 대해 자신감을 가질 수 있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겨울 방학 내내 토론하고 협의한 결과
도종환 시인의 강의로 전체 강좌를 시작하고 황석영 소설가의 강의로 전체 강좌를 마무리하기로 했습니다.
그 사이에 실제 창작을 지도해줄 문인을 섭외하여 각 분과별로 창작 실기 시간을 갖도록 한 것입니다.
처음에는 "시창작, 소설창작, 시나리오창작, 동화창작" 이렇게 네 개 분과를 준비했습니다.
연수 공지를 하고 신청을 받아보니, 이번 연수는 선생님들의 참여가 저조했습니다.
그나마 선생님들의 선택은 시와 소설로 몰렸고, 시나리오와 동화는 거의 선택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다시 판을 짰습니다.
"시창작, 교육문예창작교육, 소설창작, 시나리오 창작"
하지만 여전히 선생님들의 선택은 "시창작, 소설창작"이었습니다.
연수를 10여일 앞둔 지금.
이번 연수를 기획한 연수국장으로서 많은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1박 2일 숙박에 식비, 강사료, 강의실 대여료 등 전체 예산이 천만원이 넘는 프로그램인데
수강 인원이 적어 연수 폐강까지도 고려해야 할 상황이 온 것입니다.
전체 폐강은 아니더라도 신청인원이 적은 '교육문예창작교육, 시나리오 창작'은 폐강해야 할 것 같습니다.
처음부터 무리하게 연수 프로그램을 짠 건 아닌지,
국어교사에게 필요한 연수가 아닐 수도 있다는 좌절감이 밀려 오고 있습니다.
꼭 이 연수를 듣고 싶다는 선생님.
심지어 멀리 제주도에서 딸과 함께 신청하신 선생님.
그분들을 생각하면 적자를 감수하고라도 이번 연수를 진행하고 싶은 게 솔직한 심정입니다.
창작의 즐거움보다는 창작의 고통이 더 많을 것 같은 연수이지만,
혹시 <창작의 즐거움> 연수가 있다는 사실을 몰라 아직 신청을 하지 못한 선생님이 있을 수 있다는 생각에
이렇게 주저리주저리 장문의 글을 남깁니다.
기간 : 5월 21일~22일
장소 : 한양대학교 안산 캠퍼스
연수비 : 12만원 (단, 전국국어교사모임 정회원 11만원)
문의 :
경기국어교사모임 회장 : 김태철 010-9019-8893
연수국장 : 김형태 010-4433-328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