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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세월호 희생자들을 추모합니다.
조회 12
회원이미지한걸음씩
2015-04-16 15:01:50
       
 
오늘 검은 양복을 입고 출근을 했습니다.
이번 한 주 동안 교실에서 학생들과 세월호 얘기를 나누면서 참 많이 울었습니다.
평소 감정이 메말라 보이던 우리 남학생들도 눈물을 흘리더군요...
 
세월호 희생자들을 추모합니다.
선체를 인양하고 시행령을 폐기해야 합니다.
진상을 규명하고, 특히 구조 과정에서의 책임을 낱낱이 물어야 합니다.
 
두 개의 글과 영상을 올립니다.
학생들과 함께 보셔도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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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와 독서  / 서민(단국대 의대 교수), 경향신문 2015.4.14.
 
앨런 배넛이 쓴 <일반적이지 않은 독자>는 뒤늦게 책읽기에 재미를 붙인 70세 영국 여왕이 점점 변하는 내용이다. 흔히 변한다고 하면 나빠지는 것을 생각하지만, 여왕의 변신은 그 반대다. 책을 읽으면서 주인공과 자신을 동일시하고, 주인공이 느끼는 감정을 자신의 것으로 받아들이다보니 현실에서도 다른 사람들의 입장에 서서 생각하는 게 가능해졌고, 그들이 현재 상황을 어떻게 느끼는지 알 수 있게 됐다. 즉 여왕은 다른 사람들에 대해 좀 더 알게 됐다. 타인에 대한 배려는 책을 많이 읽으면 필연적으로 따라오는 선물이었다.
 
초반 몇 달을 제외한다면, 사람들은 세월호 유족들을 끊임없이 비난하기 바빴다. 세월호 관련 기사가 나올 때마다 젊은층으로 짐작되는 누리꾼들은 이런 댓글을 달았다.
 
“세월호 사건은 놀러가다가 교통사고가 난 것에 불과하다. 그런데 왜 정부한테 뭐라고 하느냐?”, “돈 십억씩 받고도 모자라 더 받아내려고 이러느냐?”
 
사고 초기 교통사고 운운했던 새누리당 분들이 엄청난 비난에 직면했던 것을 생각하면, 이런 변화는 그저 개탄스럽다. 세월호 사고로 동생을 잃은 언니는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한 바 있다.
 
“악성 댓글보다 교통사고라고 하는 게 더 속상해요.”
 
심지어 세월호 인양에 반대하는 이들도 한둘이 아니다. 세금이 아까운데 그 고철덩어리를 뭐하러 인양하느냐는 것. 이들은 대체 왜 이러는 것일까? 이유는 간단하다. 요즘 젊은이들이 책을 읽지 않기 때문이다. 과거 청년들은 시시때때로 책을 읽었고, 삼삼오오 모여 우리 사회의 문제점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 결과 그들은 신문에서 하는 얘기를 믿는 대신 그 행간을 읽음으로써 진실을 알아낼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 청년들은 책을 안 읽으니 자기 생각을 만들지 못하고, 정치인과 언론의 조종에 쉽게 넘어간다. 책을 읽지 않는 부작용은 이것만이 아니다. 타인의 입장에 서서 생각해보는, 역지사지의 정신을 배우지 못한다는 것. 예컨대 추리소설가 히가시노 게이고가 쓴 <방황하는 칼날>은 딸을 잃은 아버지가 복수를 하는 스토리인데, 읽다보면 이런 구절이 나온다.
 
“죽을 때까지 지옥 같은 삶이 계속될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을 불합리하게 빼앗긴 사람은 어디에서도 빛을 발견할 수 없다.”(106쪽)
 
세월호 참사의 유족들 마음도 이와 비슷할 것이다. 어이없이 침몰한 배, 단 한 명도 구조하지 않은 해경, 진상규명에는 담을 쌓은 정부, 얼마나 답답할까? 하지만 책과 담을 쌓은 누리꾼들은 세월호 유족들의 심경을 헤아리기는커녕 그들의 일거수일투족에 짜증을 내고, 유족들을 위해 쓰는 돈이 아깝기만 하다.
 
그래서일 것이다. 정부가 세월호 유족들을 마음 놓고 홀대하는 까닭이. 오로지 자신의 지지율에만 신경을 쓰는 그들이 세간의 여론을 모를 리 없다. 그래서 그들은 유족들의 양보로 만들어진 세월호 진상규명특위를 ‘세금도둑’이라고 비난하고, 특위의 활동을 방해하고 있다. 얼마 전에는 유족들에게 거액의 배·보상금을 제시하기도 했는데, 배·보상금이라는 것이 사고의 진상이 다 밝혀진 뒤 지급하는 돈이라는 점에서 이는 “진상이고 뭐고, 이제 그만 입을 다물라”는 협박이었다.
 
재난 관리의 컨트롤타워는 아닐지 몰라도 국정 최고책임자로서 세월호 사고에 어느 정도 책임이 있는 대통령은 세월호 참사 1주기인 4월16일 당일, 남미 순방을 떠난다. 청와대 관계자에 따르면 원래 18일에 출국할 예정이었는데 콜롬비아 대통령이 제발 좀 와달라고 읍소하는 바람에 출국일을 이틀 앞당겼단다. 꼭 그를 만나야 할 사연이 뭔지 모르겠지만, 세월호 참사에 대해 설명하고 양해를 구하면 하루쯤 늦는다고 큰일날 것도 없을 것 같다. 혹시 생일인가 싶어 자료를 찾아보니 콜롬비아 대통령의 생일은 8월10일이다. 그럼에도 꼭 4월16일 출국해야 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이유가 무엇이건 이건 대통령이 그만큼 세월호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증거가 아니겠는가?
 
세월호 유족들을 욕하는 누리꾼들이 알아야 할 것이 있다.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은 이 땅에서 유사한 사건·사고가 다시는 생기지 않게 하기 위해 꼭 필요한 일이라는 것 말이다. 이것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세월호 참사는 바로 우리 자신들의 일로 돌아올 수 있다. 인양에 드는 세금 몇 천억원이 아까울 수는 있겠지만, 그걸 아낀다고 우리네 삶이 얼마나 더 행복해지는지 생각해 보시라. 그리고 이제라도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책을 읽으시라. 남들의 생각을 자기 생각인 양 착각하는 대신, 스스로의 생각을 만들고 주체적으로 사고하는 연습을 하자. 계속 스마트폰만 본다면 시간은 잘 가겠지만, 나중에 당신이 억울한 일을 당했을 때 어디 한 군데 호소할 곳이 없을지도 모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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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략) 바다는 잔잔했다. 그래서 더, 잔혹했다. 보다 잔혹한 일은 그 뒤에 일어났다. 배가 침몰한 상황에서, 일 분 일 초가 아쉬운 그 상황에서도 구조는 이뤄지지 않았다. 현장에 집결한 수백 명의 실종자 가족들이 애원하고 오열해도 해경은 구조를 하지 않았다. 아니, 하는 척만 했다. 항의하는 유가족들에게는 거짓말을 둘러댔다. 결코 사실이어선 안 될, 괴담이라 치부되던 소문들이 대부분 나중에 사실로 드러났다. 언론은 종일 가능성과 희망을 떠들었다. 에어포켓이며 골든타임, 정부가 구조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속보들이 매체를 장악했다. 전부 거짓말이었다. 구조대원 726명과 함정 261척, 항공기 35대가 집중 투입된 사상 최대 규모의 수색작전을 벌인다는 기사도 있었다. 사상 최대 규모의 거짓말이었다. 구조는 없었다. 아니, 한 걸음 더 나아가 현장을 통제한 해경은 적극적으로 골든타임의 구조를 가로막았다. 해군과 119구조단, 각지에서 모여든 민간잠수사들…… 어느 누구도 아이들을 살리기 위해 바다에 뛰어들 수 없었다. 심지어 해군참모총장이 두 번이나 명령을 내린 통영함도 현장에 투입되지 못했다. 이는 감히 해경이 저지할 사안이 아니었다. 구조를 전담한 것은 한 민간업체였다. 선사와 계약을 맺었으며 이런 일은 민간업체가 더 전문적이란 설명이 뒤따랐다. 그렇게 골든타임이 지나갔다. 그리고 더는, 누구도 구조될 가능성이 사라진 어느 날(한 달 후) 논란이 불거지자 그 민간업체의 이사가 TV에 나와 말했다. 우리는 사실 구조업체가 아니라고. 우리는 인양을 하러 온 업체라고, 그가 말했다. 그럼 구조는 누가 맡은 거냐는 질문에
 
구조는 국가의 업무죠.
 
라는, 너무나 당연한 답을 우리에게 들려주었다. 그럼 여태 국가는 무얼 했단 말인가? 가라앉은 배보다 더 무거운 의혹이 우리를 짓눌렀다. 무엇 하나 이상하지 않을 게 없었다. AIS 항적이며, 교신 기록이며, CCTV며…… 아무튼 침몰한 배에 관련된 기록들은 없거나, 불분명하거나, 조작되거나, 공개되지 않았다.
도대체, 왜? 아무도 그 의문에 답하지 않았고 누구도 이 일을 이해할 수 없었다. 당연히 구조는 국가의 의무였으므로 국가에 대한 의혹이 꼬리에 꼬리를 물기 시작했다. 잔혹보다 끔찍한 의혹이었다. 악마를 보았다고 우리는 외쳤고 미안하다고, 잊지 않겠다고 울며 조문했다. 이것이 과연 나라인가? 기울어가는 배의 갑판에 모두가 서 있는 기분이었다.
일찌감치 제일 먼저 배를 빠져나간 것은 대통령과 청와대였다. 청와대는 재난 컨트롤타워가 아니다, 라는 말로 일찍 못을 박았고 이 말은 감사원의 입을 통해 또 국정조사에 임한 대통령 비서실장의 입을 통해 수차례 언급되었다. 아니, 그보다 청와대는 TV 뉴스를 보고 사고소식을 처음 접했다고 했다. 안전행정부 상황실도 국정원도 YTN뉴스를 보고 사고를 알았다고 했다. 같은 시각 나는 세탁소에 맡긴 옷을 찾으러 갔다가 뉴스를 보았는데, 말인즉슨 나와 세탁소 김씨와 김씨의 부인인 안씨와 정부가 동급이란 얘기였다. 국정원의 말은 거짓으로 드러났다. 그리고 이것은 실은 매우 이상한 거짓말이다.
 
여론이 악화되자 대통령이 대국민 사과를 했다. 대통령은 모든 걸 바꾸겠다고 했고 이번 사고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최종 책임은 대통령인 자신에게 있다고 했다. 그리고 해경을 해체하고, 울었다. 막 울었다. 쉬운 일이 아니었을 테지만 6·4 지방선거를 앞둔 시점이었다. 어쨌거나 대통령이 사과를 한 이상 이 참혹한 사고의 진상이 곧 규명될 거라 막연히 생각했다. 선거에 출마한 여당 후보들의 외침도 한결같았다.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바꾸겠습니다. 한 번만 살려주십시오. 울먹이며 절을 했다.
 
전부 거짓말이었다.
 
참패를 예상했던 여당이 선거에서 기대 이상의 성적을 거두자 상황이 급변했다. '세월호 침몰사고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가 시작되자 이를 가로막은 것은 정부였다. 국회의 거듭된 요구에도 청와대는 자료 제출을 거부했다. 청와대가 그러하니 다른 기관들의 자세도 성실할 리 없었다. 당신 누구야? 여당 의원은 유가족에게 호통을 쳤고 조사는 무엇 하나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새로운 도대체, 왜? 가 성립되는 순간이었다. (후략)
 
단 한 번도 진실이 밝혀진 적 없는 나라에서 이 글을 쓴다. 아프다. 너무 아프다. 한 아이의 아버지이기 때문이고 이곳에 발붙인 인간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가 모두 한 배를 탔기 때문이다.
 
내릴 수 없는 배다.
 
기울어가는 그 배에서 심지어 아이들은 이런 말을 했다. 내 구명조끼 입어…… 그랬다. 나는 그 말이 숨져간 아이들이 우리에게 건네준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한다. 이는 정치의 문제도 아니고 경제의 문제도 아니다. 한 배에 오른 우리 모두의 역사적 문제이자 진실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나는 어렸을 때 에밀레종의 실제 타종 소리를 들은 경험이 있다. 그 소리는 매우 슬펐으나 어떤 슬픔도 극복할 수 있는 아름다움과 기나긴 여운을 간직한 것이었다. 우리가 탄 배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세월호라는 배를 망각의 고철덩이로 만들어서는 안 된다. 밝혀낸 진실을 통해 커다란 종으로 만들고 내가 들었던 소리보다 적어도 삼백 배는 더 큰, 기나긴 여운의 종소리를 우리의 후손에게 들려줘야 한다. 이것은 마지막 기회다. 아무리 힘들고 고통스러워도 우리는 눈을 떠야 한다.
 
우리가 눈을 뜨지 않으면
끝내 눈을 감지 못할 아이들이 있기 때문이다.
 
- 박민규, <눈먼 자들의 도시> 중에서
 
 
 
 
 
 
 
 
 
 
 
 
 
 회원이미지우리말  2015-04-16 17:27   답글    
저도 함께 기억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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