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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성공하는 국어수업을 위한 10가지 수업방법-03송승훈샘 강좌후기
조회 17320
회원이미지이성수
2009-05-12 15:21:49
       

송승훈 선생님 강좌 후기

국어선생치고 책 안 읽는 사람 없을 것이고, 책 안 좋아하는 사람 없을 겁니다. 책보는 재미라면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사람들이 바로 국어선생들이지요. 그렇지만, 그런 재미를 아이들에게 알려주고 책의 세계로 이끌어주는 데에 모두가 유능한 건 아닙니다. ‘독서교육’을 어떻게 해야하는지 국어교사도 고민해야할 까닭이지요.

전국국어교사모임의 독서교육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사람이 있습니다. 바로 ‘송승훈’ 선생님이지요. 2000년대 들어 독서교육이 강조되면서 여기저기서 송승훈 선생님의 모습이 보이더니, 요즘은 독서교육을 논하는 자리에 빠지기 힘든 독서교육의 대표적인 얼굴이 되었습니다.

 
<성공하는 국어수업을 위한 10가지 수업방법> 연수의 세 번째 강사는 바로 그 송승훈 선생님입니다. 사실 저는 송승훈 선생님과 이런저런 작은 인연으로 맞닿아있는데요. 예를 들자면, 송승훈 선생님이 10년 전 전국연수에서 처음 강의를 하던 날, 바로 전날밤 같은 방을 쓰면서 송승훈 선생님이 열의에 가득찬 목소리로 아이들의 독서수업 성과물들을 이것저것 꺼내어보시던 걸 구경을 하기도 했구요. 또 어찌저찌 학교를 옮기다보니 송승훈 선생님이 계신 광동고등학교 주변까지 와서 제가 가르친 아이들을 송승훈 선생님에게 보내기도 하고 그랬답니다. 동네 주민으로 이따금 송승훈 선생님 집으로 놀러가기도 하는 것까지 친다면 이래저래 가까운 사이라고 하겠지요?

천재는 고향에서 인정을 받지 못한다는 말이 있듯이 가까운 사이일수록 그 훌륭함이 잘 드러나지 않는 법입니다. 하지만, 송승훈 선생님 옆에서 지켜본 10년을 생각해보면 송승훈 선생님 참 대단한 사람입니다(자칫 오늘 연수 후기는 송승훈 선생님 덕담으로만 흐를 우려가 느껴지는군요).

각설하고, 송승훈 선생님의 독서수업 이야기를 좀 하도록 하지요. 다른 독서수업 강사들과 비교해서 송승훈 선생님이 갖는 독서교육의 성과가 가진 가장 큰 장점은 ‘밀착성’이라고 생각합니다. 광동고등학교에서 10여년 아이들과 함께 생활을 하면서, 책을 읽혀본 경험을 누구보다도 찬찬히 뜯어보고 살펴봐서 성공했다면 왜 성공을 했는지, 실패를 했다면 왜 실패를 했는지를 조목조목 따져본 경험이 오롯이 담겨 있는 것이 송승훈 선생님의 독서교육론입니다. 그러다보니 가장 생생하게 학교 현장에 맞닿아있는 밀착성이 느껴지고, 강의를 듣는 사람들에게 실감나게 전달되는 것이지요. 그런 점이 송승훈 선생님 강좌의 최대 장점이라고 봅니다.

 

그리고 송승훈 선생님의 강의(강의 내용이 아니라 강의 상황)가 보여주는 매력은 강사의 활기가 그대로 느껴진다는 겁니다. 이런저런 주제로 여러 강사들을 만나보면 말보다 글이 나은 사람이 있는가 하면, 글보다 말이 나은 사람도 있지요. 글과 말에서 그 사람이 그대로 느껴지기도 하는가 하면, 글과 말과는 전혀 딴판인 사람도 있구요. 그런 점에서 송승훈 선생님의 강의는 글보다 훨씬 ‘펄떡거립니다.’

  송승훈 선생님의 글은 찬찬하게 단계를 밟아갑니다. 시작은 무엇이고, 그 시작을 따라 생각을 풀어보면 이렇고, 그걸 현실에 적용하면 저렇고, 그 단계에서 생각해볼 것은 무엇인지 머리속의 논리적인 흐름을 따라서 일목요연하게 정리되는 형태입니다.

  하지만, 송승훈 선생님의 강의는 조금 다릅니다. 말이 논리정연하고 말하는 걸 그대로 떼어다가 옮겨적어놓아도 글이 된다는 점에서 말을 잘하는 것도 맞지만, 이쪽에서 저쪽으로 튀어오른다는 점에서 글처럼 차분한 흐름을 가진 것은 아닙니다. 강연장의 대상과 분위기, 강의 도중에 터져나오는 몇 가지 생각들, 관객들의 반응들 이런 것들을 교묘하게 타고 올라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서 이곳 저곳으로 옮겨갑니다.

  그래서 강좌에서 하는 이야기들의 큰 흐름은 같아도 들을 때마다 매번 다르게 파고드는 부분이 생겨납니다. 이런 것들이 송승훈 선생님의 강의가 갖는 매력이지요. 그래서일까요? 송승훈 선생님은 유독 강의를 통해 생긴 팬들이 많은 것으로 압니다(부럽습니다 ^^;;). 강의 때마다 보여주는 번뜩임에 반하신 것이라고 보면 될까요?

  앞에서 사설이 길었습니다(사실 제 글의 특징은 사설이 길고 본론이 짧은 전형적인 용두사미의 글이라는 거! ^^;;). 이제 송승훈 선생님의 강의 도중 기억나는 문장들 몇 가지를 골라볼까요?

  “책읽기의 시작은 제 고민의 탈출구를 찾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대학교에서 온갖 이론으로 치장을 하고 돌아온 제가 이론을 아이들에게 들이대면 아이들은 바로 꿈나라로 가버립니다. 그런 아이들을 깨우기 위해 필요한 것은 함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시간을, 꺼리를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그것이 책읽기였습니다. 어떤 책을 읽는지는 아주 간단했습니다. 내가 권하는 책을 아이들이 읽을 수 있는 정도의 책이어야 한다. 인류의 문화유산, 고전을 읽는다는 건 물론 좋지만, 그건 이 다음의 일이어야 한다는 것. 일단은 교사가 권하는 책을 학생들이 쉽게 잡을 수 있어야 한다는 신뢰관계가 형성되어야 합니다.”

  “책을 잘 읽는 데에는 크게 세 가지 방법만 알면 됩니다. 첫째, 그 아이의 삶과 앎에 다가서있는가? 알면 잘 읽습니다. 폭주족은 오토바이에 대한 글이라면 어렵지 않게 읽습니다. 둘째, 글마다 읽는 방식이 다르다는 걸 아는가? 소설을 읽는 방법과 시를 읽는 방법은 다릅니다. 신문을 읽는 방법과 예술을 소재로 하는 글을 읽는 방법은 다릅니다. 셋째, 글쓰기를 하는가? 과학보고서를 써보면 과학보고서를 잘 씁니다. 이 세 가지 원칙만 기억하면 그 나머지는 모두 교사가 풀어갈 수 있는 부분입니다.”

“저는 아이들에게 책을 왜 읽어야 하는지에 대해 이렇게 말합니다. 이 세상은 어떤 게임의 규칙에 의해 움직이고 있고, 최소한 그 게임의 규칙을 알아야 살아남는 자에 속할 수 있다. 게임의 규칙을 알고 거기에 참여하거나 아예 게임 밖으로 나가거나 하는 것은 개인의 선택일 수 있지만, 이 세상에서 살아남아야 한다는 것은 선택 이전의 문제다.”

  “이 세상을 잘 살아가는 사람들이 남보다 더 가진 것은 ‘남다른 기획력’이라고 합니다. 그런 기획력은 크게 세 가지 밑천에서 오는데, 첫째 직접 체험한 것입니다. 이것은 무척이나 강렬한 기억을 남기지만 오래 지속되지 못합니다. 더군다나 여행같은 것은 돈까지 많이 듭니다. 둘째 관계나 배경에서 얻는 것입니다. 이것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서 여기에 기대기는 어렵습니다. 셋째 책을 읽는 것입니다. 조선조의 학자 이덕무가 말했듯이 책은 가난한 사람의 벗이라서 누구나 책을 잡고 읽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아이들에게 책을 읽으라고 합니다.”

  “어떤 책을 선정해서 아이들에게 제시할지 생각할 때 저는 두 가지를 생각합니다. 하나는 그 분야에서 인정받고 있는가, 이건 내용적인 측면이고요, 다른 하나는 읽을 아이들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인가, 이건 재미의 측면이지요. 이 두 가지를 바탕으로 책을 고릅니다. 덧붙인다면 약간 도전해볼 가치를 느끼게 할 정도로 조금 난이도가 있는 책을 섞어준다면 좋습니다.”

 

 

“한 반에서 전체가 함께 한 가지 책을 읽거나, 일제히 책을 읽는 방법은 위험합니다. 사람들은 살아온 삶이 다르기 때문에 모두가 좋다 좋다 해도 누군가는 싫어할 수 있습니다. 그런 것이 인간입니다. 오히려 아이들에게는 자신의 기질에 맞는 책을 골라서 읽을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합니다. 반드시 꼭 모두에게 읽혀야 할 책이 있다면 부분을 골라 읽히는 것이 좋습니다. 그리고 명심할 것은, 아무리 좋은 책이라도 책을 읽는 사람에게 맞닿는 부분이 없으면 좋은 책이 아닙니다. 자기 인생의 어떤 면에 와 닿는 부분이 있어야 비로소 좋은 책이 됩니다. 우리는, 아니 나는 나와 닮은 책을 읽습니다.”

  대충 이 정도로 송승훈 선생님 강의 어록을 줄입니다. 송승훈 선생님의 말씀도 말씀이지만 오늘 강의에는 빛나는 조연 셋이 있었습니다. 송승훈 선생님 반 학생들 셋이 조르르 따라온 것이지요. 가만 있어도 반짝반짝 빛이 나는 고딩 1학년 녀석들과 송승훈 선생님이 주거니 받거니 광동고등학교 학교 현장에서 벌어지는 독서교육의 모습을 들어보는 시간도 참 좋았습니다.

또한, 강연 뒤에 이어지는 질의 응답 시간. 송승훈 선생님은 강의를 하시면서 항상 강조하시는 것이 강연자 혼자 일방적으로 떠드는 것보다, 강의를 듣고 있는 사람들과 서로 주고받으면서 훨씬 더 유익한 내용이 만들어진다는 겁니다. 오늘도 역시 그러하였으니, 질문을 하는 사람이나 그 질문을 받아서 대답하는 사람이나 모두모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 질의 응답을 들으면서 또 한 가지 떠올린 생각은, 송승훈 선생님은 ‘구체적 사례에서 일반적인 원칙을 이끌어낸다’는 겁니다. 그 재주가 참으로 부럽더군요(오늘은 부러운 것 투성이!)!!

  아, 오로지 칭찬 일색인 연수 후기를 끝마쳐야겠습니다. 제 글발은 A4 석 장이 한계로군요 ^^;; 마지막으로 송승훈 선생님이 하신 말 중 멋진 거 하나로 마무리 짓겠습니다.

 

 

“교사는 씨를 뿌릴 뿐, 싹을 틔우는 것은 오로지 학생 스스로의 몫이다.”

 
 회원이미지경기관리자  2009-05-14 15:16   답글    
참, 착한 연수생 덕분에 그 자리에 있는 듯. 생생합니다. 삭발이 어울리는 예쁜 두상을 가진 샘. 고마워요. 잘 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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