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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어시간에 생각(마음)쓰기-서진석샘 강좌 후기02
조회 16963
회원이미지이성수
2009-04-17 11:28:33
       

자발적으로 가난해질 권리 

이 글은 서진석 선생님 강의를 들으면서 떠올린 제 생각을 그냥 마구잡이로 정리한 것입니다. 강의의 내용과는 조금 거리가 있으니 강좌후기라기엔 좀 부족하군요 ^^ 

서진석 선생님 강의 내용 중에 ‘갈매기의 꿈(리처드 바크)’ 수업 사례가 나오더군요. 강의원고에 소개된 ‘갈매기 조나단’을 함께 읽으면 좋았을 텐데 시간이 부족해서 간단히 중요한 부분만 짚고 넘어갔지요. 그 중요한 부분 중에 이 문장을 읽어주시더군요.  

‘조나단 갈매기는 또 다시 홀로 바다 멀리로 나가, 굶주리면서도 행복한 마음으로 비행 연습을 하고 있었다.’ 

‘굶주리면서도 행복한 마음’을 몇 번 되뇌이면서 요즘 아이들에게 이런 마음이 어떤 마음인지 알려주기가 참 어렵지만, 꼭 그 마음을 알려주고 싶다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그 이야기를 듣고 있으려니 강좌 내용과는 상관없이 자꾸 그 문장에 눈길이 머물더군요. 우리 사회는 어느 순간에 ‘자발적으로 가난해질 권리’를 잃어버린 것 같습니다. 이전에는 흔히 ‘딸각발이 정신’이라고 표현하는, 기본적인 의식주 이외의 물질적 가치에는 의연한 마음가짐이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그 마음가짐이 어느 순간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렸어요. 밥상머리에서 아파트 값이 얼마니, 땅투기로 얼마를 벌었니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이 부끄럽게 느껴지던 세상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오로지 만나는 사람마다 그 이야기에 열을 올리면서, 오히려 자랑을 늘어놓는 시절이 되었네요. 

뭐, 정신적인 가치가 물질적인 것보다 우월하다 이런 소리를 하는 건 아닙니다. 다만, 물질적인 것과 정신적인 것, 어떤 정신적인 가치, 마음가짐도 삶의 한 방식으로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겁니다. 몇 년 전부터 아파트 광고에서 ‘당신이 사는 곳이 당신을 말해줍니다’하더니, 이젠 자동차 광고에서도 ‘어떻게 지내냐는 친구의 말에 그랜져를 보여주었다’는 말이 당당하게 흘러나옵니다.  

돈이 있어도 그랜져 대신 마티즈를 선택할 수 있는 권리, 돈이 있어도 타워팰리스 대신 연립주택을 선택할 수 있는 권리, 이런 것들이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돈 앞에 고개를 숙이지 않던 무수한 정신들과 기개가 사라지고, 돈 앞에 모두가 머리를 숙입니다. 

며칠 전 어린이 문학 관련 책을 보는데 이런 구절이 나왔습니다. 

‘창비출판사가, 보리출판사가 홈쇼핑에서 책판매를 하는 시대가 되었다. 한 시대의 정신이 저물고 있는 것을 보았다.’

  아마도 그런 것이겠지요. 책을 상품으로 생각하고 판매하는 시대, 책을 상품이 아닌 정신으로 생각하고 판매하는 시대, 아니 더 나아가 책을 사는 행위를 그 내용을 음미하며 한 권 한 권 구입하는 개인적인 체험의 영역으로 받아들이는 시대와 상품광고로 치장하고 구매하는 사회적 소비의 영역으로 받아들이는 시대 사이의 거리.

  그렇다고 가난한 것이 좋다고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 모든 사람이 세상과의 연을 끊고 호숫가 오두막으로 들어간 소로우가 되어야 한다는 것도 아닙니다. 다만, 그런 삶도 있다고 인정하고 긍정하고, 또 그런 삶을 선택하는 것이 어렵지 않은 사회이어야 한다는 말입니다. 우리 삶에는 ‘돈’말고도 인생의 목표로 삼아야 할 것들이 너무나도 많습니다.

  새의 존재 이유는 나는 데 있습니다. 날지 못한다면 새가 아니죠. 공원에서 모이를 쪼아먹는 비둘기를 미워하는 것도 사실 새처럼 날아다니며 먹이를 찾지 않고 구구 소리 내며 공원을 하릴없이 걸어다니기 때문이죠.

갈매기 조나단은 그 존재 이유에 충실합니다. 조나단의 아버지는 말합니다. ‘우리가 나는 것은 먹기 위해서다. 먹기 위해서 난다는 사실을 잊지 마라.’ 하지만 조나단에게 그 말은 사실이 아닙니다. 조나단은 ‘날기 위해’ 먹습니다. 조나단이 조나단일 수 있는 것은 ‘난다’는 사실 때문입니다.  

그러면 인간은 어떨까요? 인간의 존재 이유는 무엇일까요? 흔한 말로 인간은 ‘먹기 위해’ 사는 걸까요? 아니면 ‘살기 위해’ 먹는 걸까요? 대답은 다를 수 있습니다. ‘살기 위해’ 먹는다고 답을 한다 해도, 그 삶 속에서 무엇을 추구하는 것인가 하는 문제가 다시 생겨나고, 그 문제를 풀어가야겠지요. 저는 그 문제를 풀어가기 위해 ‘살아가는 것’이 인간의 존재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자발적으로 가난해지는 것’은 그 문제를 풀어보기 위한 적극적인 도전 중 하나가 아닐까요?

 

 
 회원이미지조선미a  2009-04-17 12:22   답글    
성수샘. 글, 참 좋으네요. 찬찬하고. 그런데, 자주 안볼라요. 자꾸 반성하게 되서, 가난하면 할 수 없지만, 부자가 되려고 바둥거리긴 싫지만, 자발적으로 가난하고 싶지는,,이게 지금 자발적으로 가난이다 하려니, 어쨌든 수도권에 사는 죄가, 윽.다시는 안들어 올 것임. 당분간은,
 회원이미지조선미a  2009-04-20 13:11   답글    
또 들어왔습니다. 그런데 저는 신선해요."‘창비출판사가, 보리출판사가 홈쇼핑에서 책판매를 하는 시대가 되었다. 한 시대의 정신이 저물고 있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좋아요. 아끼고 소중히 하시는 마음에서 그렇죠? 성수샘.
 회원이미지이성수  2009-04-20 17:39   답글    
조선미 샘의 아낌없는 덧글 한 마디에 힘이 무럭무럭 솟아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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