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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겨울전국연수후기-시분과-경기-김연수샘
조회 16441
회원이미지이성수
2009-04-14 16:04:19
       
경기모임의 김연수 선생님이 올리신 연수후기입니다.  이쪽으로 옮겨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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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한양대'라는 표지판을 발견하였다. 늘 무엇인가 찾던 것을 얻으면, 한 호흡 늦추어 정신을
가다듬는 나의 오래된 습관으로
 교문 앞에서 걸음을 멈추었다. 간단한 점심식사를 하며 그제서야 집에 잘 도착했음을 알리는 전화를 했다. 엄동설한, 진주에서 낯선 안산까지의 여로는 나를 비롯한 가족들에게도 염려였고 작은 두려움이었다. 
  오랫동안 못 가던 친정에 가는 길도 이보다는 덜 설레었으리라. 사십 대 중반을 넘어서면서부터 몇 해째 오지 못했던 연수에 나이 오십이 넘어 신청을 해두곤 학교에서 허락하지 않으면 어쩌나, 집안 사정이 올 수 없게 되면 어쩌나, 몸 상태가 괜찮을까 등 걱정이 많았다. 
 낯선 식당에서 평소보다 많은 양의 밥을 다 비운 뒤, 전장에 나가는 장수처럼 비장한 모습으로 교문에 들어섰다. 몇 걸음을 옮기는데 그 추위 속에서 바닥에 무엇인가를 붙이는 분들이 있었다. 가까이 갔다. '국어교사모임 오시는 길'! 화살표로 가는 길을 안내하는 중이었다. 그 분들은 나를 보더니 저쪽으로 가세요 하며 손으로 가리켰다. 그 방향을 보니 한 쪽의 건물에 '전국국어교사모임 2009년 겨울 연수 국어 교사의 공부'라는 플래카드가 걸려 있었다.  그 순간 나는 가슴이 먹먹해졌다. '공부'라는 표현이 갑자기 나의 젊은 시절을 만나게 하였고, 가슴을 두근거리게 하였고, 눈물을 글썽이게 하였다. 
 만나는 모든 분들에게 인사를 건넸다. 나는 얼마 전 어떤 책에서 한 원로 시인이 제자에게 "열심이 곧 능력이지요 "라고 했던 구절을 떠올리며 그것을 내 연수의 지침으로 삼기로 하였다. 나는 모든 일정에 내가 기울일 수 있는 온 힘을 다하였다. 전체 강좌는 물론 내가 택한 시 분과의 활동은 그 어느 때보다 다채롭고 알차게 진행되었다. 아주 짧은 시간 내에 자신이 속한 모둠 속에서 주어진 과제들을 해결해야 하는 것은 '선생님부터 자립적 시 분석과 시 창작의 고통을 경험하자!'라는 이번 시 분과의 목표를 이미 다 이루었다고 할 수 있을 만큼 우리를 힘든 시간 속으로 몰아갔다.
 터져 나오는 기침을 참으며 시 수업의 유형들을 소개해 주신, 배창환 선생님의 수업을 들으면서 나는 시가 주는 힘을 다시 한 번 느꼈다. 돌아가면 나를 뒤흔든 한 편의 시를 찾고, 그것을 낭송하는 시간들을 가져 보리라는 기대로 나를 들뜨게 하였다. 그리고 '시 맥락 읽기'와 함께 지역 모임의 어려움과 보람을 상세하게 설명해 주신 김경숙 선생님! 작은 사고로 인해 불편한 가운데도 열강을 해주시던 그 눈빛은 가르침의 순간마다 작은 용기가 되어 살아나리라. 
 역시 건강이 안 좋으신 가운데도 오랜 시간 동안 우리의 질문에 도움이 될 만한 소중한 이야기들을 들려주신 나희덕 선생님. 선생님께서는 시 수업에 자신감을 잃고 힘들어 하는 우리들에게 시인으로서, 그리고 시를 가르치며 갖는 어려움과 행복들을 보여주심으로써 우리에게 시 가르침에 대한 희망을 품게 해주셨다.
 시 교육 관련 문제들을 하나씩 토의해가는 모둠별 활동의 절정은 바로 시 창작 시간이었다. 창작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마련했다는 김태철 선생님의 시 관련 퀴즈 시간은 진행자의 뛰어난 재치와 준비로 모두를 긴장하게 하는 흥미로운 시간이었지만 그 뒤에 우리를 기다리고 있던 것은 시 창작의 고통이었다. 하지만 지나고 보니 그 창작 시간이 없었다면, 그래서 모둠별 시 합평회와 낭송의 시간이 없었다면, 그 모든 시 영역의 강의와 토론은 공허한 것으로 끝나고 말았을 것 같다.
 '시집간 새댁이 상 밑으로 남편을 꼬집듯' 하라는 모둠장 선생님의 말씀따라 우리는 한 편의 시에 사랑이 듬뿍 담긴 조언을 하였고, 함께 울고 웃었다. 시의 신비가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예정된 시간을 초과하며 진행된 활동들은 장소를 바꾸어 밤늦게까지 이루어졌고, 피곤하여 돌아온 방안에서는 함께 방을 쓰게 된 선생님과 가르침에 대한 부끄럽고 내밀한 이야기들이 또 다시 이어졌다. 그렇게 두 번의 밤이 가고 두 번의 아침이 왔다.  
 누군가 나희덕 선생님께 '선생님의 대표작을 꼽는다면' 이라는 질문을 했을 때 선생님은 아직 나에게 대표작은 없다라고 하셨다. 짐을 정리하여 교정을 나서면서 생각했다. 나 역시 지금까지 내가 한 시 수업중 기억에 남는 것은 없다고, 최고의 수업은 아직 내가 만들지 않은 시간 속에 있다고. 
  집을 나설 때와는 달리 돌아오는 길은 아는 사람의 도움으로 어려움이 없었다. 지금 나는 짧은 연수의 흔적으로 심한 몸살을 앓고 있다. 그런데 그 몸살이 싫지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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