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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겨울전국연수후기-시분과-파주-육기엽샘
조회 16351
회원이미지이성수
2009-04-14 16:02:53
       
경기 포천의 육기엽 선생님이 쓰신 글입니다. 이쪽으로 옮겨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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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국어교사 노릇을 한 지도 꼭 10년이 넘었다. 돌이켜 보면 전국국어교사모임(이하 전국모)과의 인연은 대학 시절 김은형 선생님(당시 회장)께서 학술제 초정 강연에 강사로 오셔서 시작되었다. 그리고 군대를 마치고 복학해서 학교에 적응할 때 나는 과도서실에서 "함께여는 국어교육"을 읽으며 국어교사의 꿈을 키웠다. 아마 이 때문에 내가 임용고사에 붙은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그리고 현장에 나가면 꼭 가입하겠다고 스스로 약속하고 발령 첫해에 가입하고 연수도 꼭 참가하였다.

하지만 이번 연수는 나에게 더욱 의미가 깊었다. 늘 도종환 선생님 같은 시인 국어교사들을 부러워했던 나는 시 교육 분과를 많은 고민 끝에 선택했다. 요즘 학생들의 메말라 가는 마음에 시야말로 단비처럼 촉촉히 적셔 줄 수 있다고 믿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전체 강의를 듣고 나를 시 교육 분과 모임이 2박 3일 동안 있을 국제문화관 307호로 갔다. 거기에는 2박 3일 동안 우리가 먹을 밥상이 미리 차려져 있었다. 지역별로 나누어 나는 경기모둠의 일원으로 활동에 임했다. 다행이 분과장은 지부일로 알게 된 김태철 선생님이 맡으셨다. 그 순간 나는 이 연수가 만만치 않을 거라 예상했다.

첫째로 전교조 때문에 10년 동안 해직이 아픔을 겪으신 배창환 선생님의 강의가 있었다. 책으로 이미 많이 접해 본 선생님이기에 낯설지는 않았다. 전국모 연수만의 매력은 다른 연수와 달리 실패 사례도 접할 수 있다는 점이다. 강사님 하나하나 성공만 말씀하지 않으시고 실패도 허심탄회하게 말씀해 주셔서 늘 용기를 얻고 갔다. 이번에도 많은 용기를 얻었다. 이 강의를 통해 욕심부리지 말고 올해에는 아이들에게 좋아하는 시를 스스로 정해서 암송하도록 하여야겠다고 다짐했다.

이번 연수는 분과별로 진행되었고, 분과에서는 모둠 토의/토론이 많았다. 서로 다른 학교에 다른 아이들과 만났던 국어 교사들이 같은 장소에서 같은 주제로 같은 고민을 나누었다는 소중한 경험은 잊을 수 없다. 물론 일제식 강의보다는 훨씬 힘이 들었지만 그에 반해 훨씬 얻은 것이 많은 연수였다. 앞으로도 이런 형식의 연수를 기대해 본다.

각자를 소개하고 아이들이 싫어하는 교사, 기억에 남는 국어수업, 시교육의 어려움, 시의 자립적 분석 등의 주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었다. 그러면서 정말 교사 노릇하기 정말 어렵다고 생각했고, 시교육은 '나만 어려워하는 것이 아니었구나.'라는 위안을 얻었다. 자주 접해 보지 않았던 시를 분석해 보는 것도 의미가 있었다. 수능에 처음 보는 지문을  접한 고3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다. 또 아이들에게 기억에 남는 국어수업을 하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

다음날 전날 오랜만에 만난 대학친구들과 술과 이야기를 섞느라 늦잠을 자버렸다. 허겁지겁 강의실에 도착하여 김경숙 선생님의 강의를 들었다. 모든 일은 인간관계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깨닫고 앞으로 조직사업에도 인간관계에 좀더 노력을 기울여야겠다는 마음을 먹었다. 이 자리를 빌어 김경숙 선생님의 남편에 감사의 뜻을 전하고 싶다. 누리집을 만드시느라 얼마나 오랜 시간과 노력을 들으셨을까라는 예상을 해보면서.... 그리고 세월의 흐름에 따라 진화하는 "시맥락 읽기"에 박수를 보낸다.

다음으로 김태철 선생님의 진가를 발휘했던 '우리 시가 퀴즈' 순서였다. 아마 시 창작으로 고통 받을 우리들에게 선물을 주시려고 했던 것 같다. 소, 돼지도 도살장에 가기 전에는 잘해준다는데... 우리는 마치 학생이 된 것처럼 하나라도 더 맞히려고 애를 썼다. 물론 경품으로 시집 한 권이 걸려 있었다. 특히 우리 경기모둠을 맞히려고 했던 것보다 즐겼던 것 같다. 감점은 우리가 1위였다. 마지막 문제에서 내가 '상저가'를 맞혔더라면 극적인 반전이 일어났을텐데... 모둠 선생님들께 조금 미안했지만 아무튼 즐거운 시간이었다.

이번 연수의 핵심을 우리가 직접 시를 써보았다는 것이다. 그동안 학생들이 참가한 백일장 심사는 많이 해보았지만 정작 나는 시를 쓴 적이 몇 번 없었다. 내 자신을 반성하며 부끄러웠다. 2시간 남짓 우리들은 창작의 고통을 느꼈다. 신기하게도 그때는 밥을 먹을 때도 시를 떠올렸다. 또 시를 쓰면서 내 주변을 많이 생각해 보았다. 나는 '우리말글'을 제목으로, '평생지기(아내를 부르는 별칭)'를 제목으로 썼다. 딸아이와 집에 있을 아내를 생각하니 순간 마음이 찡했다.(집에 와서 아내에게 보여 주었더니 아내가 읽으며 눈물을 흘렸다.)

다음은 시로만 접했던 나희덕 선생님의 강의가 있었다. 아프신데도 참 단아한 모습으로 시종일관 좋은 말씀을 해 주셨다. 중간에 논쟁도 있었지만 슬기롭게 넘기셨다. 특히 시를 쓸 때의 상황을 시인에게 직접 들을 수 있어 작품을 이해하는데 더욱 좋았다. "10년 뒤 교과서에 실릴 우리 시"의 내용을 가지고 말씀하셨는데 지금 교과서에 넣기에는 파격적인 텍스트들이 많았다. 언제쯤 우리가 가르치고 싶은 시를 교과서에 실을 수 있을까 궁금하다. 거기에 저자의 싸인을 직접 받는 것도 이 연수의 매력이다. 사진도 찍고... 작년에는 황석영 선생님 싸인을 받았었는데...

우리 경기모둠에서는 학생과 남편을 소재로 쓴 시를 대표시로 정해서 낭송하였다. 정말 경험을 녹여 놓은 시들이라서 그런지 많은 감동과 동감을 불러왔다. 때로는 같이 눈시울을 붉히며 훌쩍거리며 경청했다. 역시 문학은 혼자보다는 여럿이 느낄 때 진정한 가치가 생기는 것 같다.(끝날 분과 보고에서도 '화명동 강변로'라는 시는 많은 이들을 울리기도 하였다.)

그 감동을 마음속에 간직한 채 '시교육의 어려움'에 해결책을 토의하여 발표하였다. 물론 답은 나희덕 선생님께서 대부분 말씀해 주신 것들이었다. 해결되지 않을 것 같았는데 강의와 토의를 통해 해냈다. 스스로 뿌듯했다. 하지만 시 교육도 '입시'라는 놈이 지겹게도 우리들을 괴롭히고 있었다.

이것으로 시 분과의 일정은 마무리가 되었다. 1박 2일의 낯선 여행이었지만 그 낯설음을 어느새 익숙함으로 바뀌어 있었다. 이 자리를 빌어 경기모둠을 같이 했던 강선실(모둠장), 정진주, 조정희, 박숙희, 김지령, 이지현, 홍은영, 김유진 선생님께 고마움을 전한다. 이번을 인연으로 다음 연수에서 만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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