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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광대 임진택을 만난 이야기 " 판소리야 놀자"
조회 20110
회원이미지란체
2011-05-15 22:40:40
       
임진택과 함께 한 “판소리야 놀자”● ● ● ● ● ● ● ● ● ● ● ● ● ● ● ● ● ● ● ● ● ●
 
5월 13일 금요일, 7교시가 끝나고 4시 40분 교문 앞에는 임진택 인문학 강의를 듣기 위해 정예원(13반), 봉은진, 이도경, 조효정, 최수민, 강서영, 박은주, 정성훈, 김광진, 장재완(14반)이 모였다. 낮에는 활동하기 딱 좋은 날씨지만 저녁에는 바람이 많이 불어서 옷을 많이 입고 가야 한다 했지만 7교시를 한 때문에 옷 입으러 집에 갈 시간이 없었다. 많이 춥지 않기를 바랄 뿐이었다.
버스 정류장에 5시쯤 도착한 우리는 버스가 오기까지 또 즐거운 수다를 떨었다. 재완이는 세상에서 가장 급한 일을 처리하느라 상가를 왔다 갔다 하다가 다행히 버스가 오기 전에 해결을 했다. 5시 좀 넘어서 버스를 탔는데 역시나 뒷자리에 포진한 우리는 차창 밖의 아름다운 신록에 취해서 즐거운 대화를 나누다보니 어느새 광화문에 도착했다.
배가 고팠던 우리는 종로2가로 걸어가다가 피맛골에 이르러 음식점을 찾아갔다. 여기로 가자 저기로 가자 결국 의견이 엇갈려 분식집과 우동집으로 갈라져 들어갔는데 우리가 간 곳은 우동집... 셀프뷔페식 우동집으로 우동을 기본으로 하고 각종 튀김이나 주먹밥을 따로 주문해서 먹을 수 있는 곳이었는데, 그 집의 새우튀김과 감자크로켓은 정말 맛있었다. 겉은 바삭거리고 속은 정말 부드러운 감자 크로켓의 환상적인 맛은 “열한마리 고양이와 바보새”라는 동화 책 속에서 나왔던 감자 크로켓을 연상시켜 더욱 행복하게 먹었다.
건물 입구에서 다시 만난 우리는 자기가 먹은 음식이 맛있었다고 서로 자랑하며 서둘러 걸었다. 7시가 좀 안되어서 강의실에 도착하니 강단 중앙에는 탁자가 있었고 탁자 위에는 북이 놓여 있었다. 역시 예상대로 판소리를 직접 부르시며 강의를 하실 예정인 것 같았다. 자리를 잡고 앉아 있으려니 분위기가 범상치 않은 분이 우리 옆자리에 와서 앉으셨다. 오늘 강의를 해 주실 임진택 국악인인 것 같았는데 아니나 다를까 사회자의 소개에 이어 강단에 올라가 인사를 하셨다.
임진택 이 분은 국악인이자 창작판소리 연출가이시다. 임권택 100번째 영화 ‘천년학’에서 유봉 역으로 나오시기도 했다. 창작판소리의 대가이신 이 분은 판소리가 무엇인지에 대해 국문학과에서 나온 여러 논문을 인용해 가면서 그 본질에 대해 말씀하셨다. 모두가 내가 대학교 때 읽었던 논문들인지라 너무도 익숙했다. 중고등학교 다닐 때는 고리타분하다고 여기던 판소리가 다시 들리기 시작한 것은 대학교 들어가서였다. 판소리 다섯 마당을 테이프를 사서 매일 듣고 다니고 판소리 공연이 있다고 하면 기회가 될 때마다 갔다. 한 번은 김영자 명창이 판소리 춘향가를 완창한다고 해서 전주까지 간 일이 있었다. 대학원 시절에 어느 겨울방학에 전주에 내려가 전주국립국악원에서 강도근 명창의 ‘제비노정기’를 채록하기도 했다. 판소리에 미쳤었던 시절이었다. 그런데 임진택의 창작판소리는 그 당시 공연한다는 소문만 듣고 어쩐 일인지 가지 못했다. 그래서 더욱 뵙고 싶었던 분이었다.
선생님은 판소리에 대한 조동일, 김흥규, 임형택의 연구논문을 예로 들면서 이론적인 설명을 해 주셨다. 그뿐 아니라 학자가 아닌 광대로서 직접 창을 하시면서 장단을 설명하시기도 하고 ‘이면을 그린다’는 말이 무엇인지, 부채의 쓰임새가 무엇인지, 추임새를 어떻게 하는 것인지 재미있게 말씀하셨다. 그리고 우리에게 따라해 보라고 하셔서 같이 따라도 해보면서 흥겨운 시간을 보냈다. 무엇보다도 판소리를 직접하시는 분이기에 그러한 설명이 더욱 실감날 수 있었다. '이면을 그린다'라는 말이 이렇게 새롭고도 충격적으로 이해될 줄은 몰랐다. 또 장단에 대한 설명은 어찌 그리도 명쾌하던지.... 그저 글에서 읽고 아는 것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천양지차의 수준이랄까? 감탄사가 나올 정도였다. 그건 나 혼자만의 일은 아니었던지 뒤에 계시는 어떤 선생님도 나와 같은 반응을 연신 보이셨다.
 수민이는 언제 가느냐고 자꾸 뒤돌아보고 물었는데 난 그것을 알아차리지 못할 정도로 강의에 빠져 있었다. 3시간이고 4시간이고 아니 밤을 새고서라도 듣고 싶은 판소리 얘기... 오랜만에 다시 학창시절로 간 것 같은 기분, 판소리에 관해 또다시 새롭게 깨닫는 앎의 희열이 온 몸을 감싸 입꼬리는 저절로 올라가며 고개는 연신 끄덕끄덕, 입에서는 맞장구를 치면서 2시간 반이 넘는 강의를 들었다. 아쉽게도 강의는 끝나고... 북을 챙기시는 선생님께 싸인을 부탁드렸다. <한국의 민중극>이라는 채희완 교수와 함께 편저한 창비 책 앞장에 싸인을 받았는데 당신을 ‘광대 임진택’이라고 하셨다. 그리고는 우리 친구들은 함께 기념사진을 찍고 인사를 드린 후 조계사를 나왔다.
걸어오면서 정말 행복해서 발걸음이 가볍고 웃음이 실실 나왔다. 살아있다는 것이 기쁘고 고마웠다. 뭔가를 알고 느끼고 사람을 만나고 그것을 공유한다는 것... 그리고 그 행복을 같이 할 수 있는 우리 친구들이 있어서 더욱 좋았다. 아이들은 나에게 고맙다고 했지만 좋은 것을 같이 나누려는 내 마음을 알아준 아이들이기에 오히려 내가 고마웠다. 우리가 먼 곳까지 굳이 가서 이런 시간을 갖는 것은 지식을 채우는 것뿐만 아니라 그 시간 동안을 함께하며 더 가까워질 수 있는 시간이어서 더욱 소중한 것이다. 교실에서는 서로 알기 힘든 그런 모습을 함께 나들이를 하며 자연스럽게 알게 되니 설령 강의 시간에 졸고 다른 생각을 했다 해도 우리가 같이 나들이를 한 것, 그것만으로도 기실 충분했다.
버스에선 맨 뒷자리에 서영, 도경, 효정, 은진이와 나란히 같이 앉아 이것저것 재미난 이야기의 꽃을 피웠다. 김포고 앞에서 내린 후 바로 헤어지기 서운했던 우리는 포장마차에서 호떡을 한 개씩 들고 맛있게 먹으며 12시가 다 된 시간 사우동을 누볐다.
그나저나 우리 서영, 은진, 재완이는 꿋꿋하게 삼선 슬리퍼를 신고 종로2가까지 진출해서 서울을 활보하고 나녔다는... 대한민국 중고생들의 전천후 신발, 삼선 슬리퍼, 추위도 더위도 따지지 않고 장소도 가릴 필요가 없으며 너를 신고서는 아무것도 두렵지 않으니 삼선 슬리퍼, 너는 정말 위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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