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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정강좌, 김용택 시인을 만나고.
조회 19466
회원이미지김진영
2010-10-23 17:15:33
       
 "그날 체육대회 잖아요~ 피곤한데 어떻게 가요!"
이것이 처음 아이들의 반응이었다.
종례신문에 <10월 21일, 김용택 시인과의 만남을 주선해 드립니다!>라고 쓴 나의 글에 아이들은 별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혹은, 관심은 있으나 피곤해서 못(?) 가겠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생각지 못한 부분이었다. 아, 체육대회 였구나. 아이들의 마음이 이해가 되었기에 그 이후에는 다시 말을 꺼내지 않았었다.

 

 그런데 몇 명의 우리 반 아이들이 체육대회 전 날, 나에게 슬그머니 물어오기 시작했다. 

"샘, 내일 김용택 시인 강연회 가실거에요?"

  그래도 나는 생각했다. 이놈들, 내일 체육대회 하고 나면 생각이 바뀔 것이다. 아마 피곤하다고 나몰라라 하고 집으로 내뺄 놈들이 훨씬 많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했고, 사실은 체육대회 축제준비로 힘들었던 나도 하루쯤은 쉬고 싶었다. 김용택 시인, 만나고 싶었던 것은 사실이었으나, 그보다도 나는 먼저 내몸을 살리고 싶었다. 그런데 세 놈이 체육대회가 끝났는데도 가고 싶단다. 사실 좀 의외였다. 나는 목이 다쉬고 온 몸이 아프도록 힘이 들었지만, 다른 사람도 아니고 우리 반 아이들이 가고 싶다는데. 내 몸이 아픈 것이 뭐 대수일까 싶었다. 혹시 알까? 오늘의 강연이 이 아이들의 삶을 바꾸어 놓을 수도 있는 일일 진데.   

   먼지냄새를 풀풀 날리며 아이 둘과 함께(한 명은 끝내 집으로 돌아가더니 가기를 포기했다!) 전철에 올랐다. 안산 한양대까지 가는 30여분의 시간이 훌쩍 지났다. 교실 안에서는 이 아이들과 이렇게 오래동안 말해 볼 기회가 많이 없었는데 서로 가족이야기, 성적이야기, 사는 이야기를 하면서 재잘재잘 떠들었다. 그 시간이 무척이나 좋았다.

   꽉 찬 강연장에서 만난 김용택 아저씨는 사진에서 보았던 것 만큼이나 푸근하고 인상이 좋았다. 26년간이나 초등학교 2학년 아이들을 가르쳤다고 말하며 자신을 '달인'이라고 말하는 모습에는 자꾸만 웃음이 나왔다. 초등학교 교사도 꽤나 어울리는 직업이었지만 이렇게 강연하고 다니는 일도 더 많은 사람들에게 썩이나 좋은 일을 하고 있는 거겠다 싶었다. 가져간 김용택 시인의 시집 두 권을 한 권씩 아이들에게 나누어 줬던지라 필기할 종이가 없어, 마음에 들었던 말씀은 중간 중간 핸드폰에 저장을 해 두었다. 수첩이라도 챙겨갈 것을, 나는 이 탓에 아이들에게 강연 중 문자를 수시로 보낸다는 의심(?)을 받아야만 했다.

 영화를 보지 않으면 시대를 잃는 것이다.

좀비영화는 더러운 인간성과 비인간적인 군상들을 보여주고 있는 영화이다.

터미네이터는 단순 판타지물이 아닌 인간성을 가진 것들과 몰인격화된 것들의 싸움을 다루고 있는 영화이다.

(초반에는 영화이야기를 많이 하셨다.)

 

공부란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을 잘 들여다 보는 눈을 갖게 하기 위해 하는 것이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보고 듣고 표현을 하는데, 교육은 그 중 무언가를 새롭게 보는 눈을 가르치는 것이다.

인생을 잘 사는 사람들, 성공한 사람들의 요건은 열린 마음과 자세로 남의 말을 잘 듣고 자신의 행동과 생각을 바꾸어 나가는 것이다.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을 자세히 들여다 보는 것이 중요하다.

지식을 아는 것이 곧 인격이 되어야 한다. 그래야 비로소 관계가 맺어진다.

관계를 맺으면 생각이 일어난다.

철학적인 삶의 태도를 가진 아이들은 신념이있다.

교육의 궁극적인 목표는 창의적 사고를 하고 창조적 발상을 하는 인간형을 길러내는 것이다.

 

나는 늘 지금이 좋은 사람이다. 한 번 뿐인 인생을 잘 살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김용택 시인은 자신이 오랜 세월 가르친 2학년 아이들이 써온 글을 읽어주시며 아이들이 얼마나 멋지고, 풍부한 생각을 지니고 있는지를 우리들에게 이야기해주셨다. 그리고 더불어 자신은 아이들에게 먼저 자신의 나무를 정하라는 숙제를 내주신다는 것, 그것을 통해 아이들은 무심히 지나쳤던 자신의 주변 사물들을 자세히 들여다보기 시작한다는 것. 그러면서 세계를 차츰 바라보는 눈이 형성 된다고 하셨다. 상민이라는 학생의 할머니가 하셨다는 "상민이가 선생님한테 배우지를 안으니께는 생각을 안혀요."라는 말씀처럼, 아이들에게 생각이라는 걸음마를 시작하게 해 주는 실로 아름다운 교육법이라고 느꼈다.

 아이들은 김용택 시인이 자꾸만 자신들이 알고 있는 사람과, 알고 있는 정보들을 이용해 이야기를 하니 그것이 무척 신기했다 보다. 지식채널 동영상에서 나왔던 창우의 시를 읽어주고, 교과서에 등장하는 창우와 다희 이야기를 하며, 그 단원을 나갈 때 보여줬던 동영상에 대한 말씀이 나올 때 아이들은 참으로 신이나하며 이야기를 들었다. 피곤해 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우리 셋은 어느 사이에 용택이 아저씨가 들려주는 이야기에 푹 빠져있었다. 

 이야기가 끝나고 아이들은 내가 선물해 준 시집에 싸인을 받으러 달려 나갔다. 한참이나 줄을 서고도, 두 번이나 부탁을 한 끝에 자신들의 이름이 적힌 싸인을 받을 수 있었다. 돌아오는 길에 얼굴이 발그레해져서는 '오늘은 잠 정말 못 잘 거에요. 아 너무 떨려. 정말 좋아요. 친구들 한테 자랑할거에요.', '저는 보물 1호로 삼을 거에요. 아참참! 강아지가 있으니 보물 1호는 안되고, 보물 2호요. 평생 아껴서 간직할 거에요.' '다음에 김용택 시인 강연회 있으면 꼭 또 가요. 저 꼭 데려가 주세요.' '유명하고, 또 저희가 배운 사람 강연을 들으니까 너무너무 좋아요.'라는 말을 연거푸 반복해서 하는 아이들의 모습이 참 사랑스러웠다.  

 나도 좋았다. 그리고 특히 마지막 말이 좋았다. '나는 늘 지금이 좋은 사람이다.'라는 말 속에는 너무나도 많은 메시지가 담겨 있었다. 나는 지금이 좋은 사람이었지만, 과거보다 지금이 더 좋았다. 살아온 날들보다 살아가야 할 날들이 많은 나에게, 앞으로 이 말은 큰 울림이 될 것이다.    

 따뜻하고, 유쾌하고, 진정성이 있어 보였던 그와의 만남을 난 소중하게 기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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