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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부식과 일연은 왜?-정출헌 교수님 강의 후기
조회 21046
회원이미지유애린
2012-08-13 11:31:36
       
정출헌 교수님의 강의
 
김부식과 일연은 왜?
- 삼국사기와 삼국유사 엮어읽기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나태주, 풀꽃)
 
정출헌 교수님 강의를 마치고 한겨레가 마련한 뒤풀이 자리에서 어느 역사선생님께서 낭송하신 시다. 전국모 옷에도 실려 있고 여느 자리에서나 흔히 보았던 시이지만, 이날만큼은 이 시의 의미가 딱 맞게 느껴졌다. 우리가 그냥 지나쳐보았던 우리의 고전 「삼국사기」와 「삼국유사」야말로 아름다운 우리 역사와 인식의 빛나는 풀꽃, 그 자체이니까...
 
대학시절이나 교사가 돼서도 고전 작품 하나 제대로 읽어본 적 없는 내게는 두 작가, 두 작품의 비교 자체가 낯설면서도 신선했다. 「삼국유사」야 신화에 대한 관심 때문에 이러저러 들어온 풍월이 있었지만, 「삼국사기」는 작가의 이름 외에 달리 아는 바가 없었다. 어찌하였든 둘을 같이 공부할 절호의 기회, 없는 시간을 쪼개어 한겨레로 달려갔다.
 
입구에서 저자 책과 함께 한겨레가 발간한 좋은 책들은 한 아름 들려준다. 보통은 저자 책을 구해가거나 현장구입을 해야하는데, 이런 횡재가 있나^^ 돌아가신 두 분의 혼령이 살아 생전 공덕(功德)을 많이 쌓으셨나보다. 공덕동 로터리 위에 자리잡은 신문사 강의실에서 흐뭇한 마음으로 두 시간 정도 교수님의 강의를 들었다.
 
우선 묘청, 이자겸, 정지상, 일연 등과 비견되는 김부식이란 인물에 대한 평가로 강의는 시작되었다. 김부식은 정치, 역사, 사상, 종교 등 여러 분야에서 상대자가 많았지만,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확고하게 갖추고 반불교-유학사상에 기초한 사상적 뿌리도 튼튼하고, 역사를 바라보고 해석하는 안목도 남다름이 있었다. 삼국의 구역사서인 「구삼국사」를 무시하고 「삼국사기」라는 자신만의 책을 쓴 데에는 남다른 능력과 이유가 존재한다.
정치적으로는 묘청과 이자겸 등의 난을 진압하고 새시대의 정당성을 구축하려는 의도가 강하다. 유가적 합리주의의 관점에서 백제나 고구려를 아주 단순하게 다루고 신라를 역사의 중심축에 세운다. (「삼국사기」 <열전>의 등장인물이 신라 56명, 고구려 10명 백제2명이니 알만하다) 인물의 선택과 호오에 대한 그의 시각도 역시 뚜렷하여 신이(神異)한 일들은 배제하고 원효, 의상같은 불교적인 인물들을 전혀 다루지 않는다. 원텍스트에 대한 가공은 역사를 다루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자기의 관점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당연히 나타나는 일이다. 그는 사실을 기반으로 하되 허구의 서사를 결합시켜 자신만의 독특한 경지를 이루어낸다.
역사는 사실인가? 해석인가? 좋은 역사는 객관적 사실 위에 문학적 허구의 옷을 입혀 상생적으로 만날 때, 더 높고 아름답게 나타난다는 깨달음이 김부식의 「삼국사기」를 읽어내는 교수님의 총평이다.
 
그렇다면 「삼국유사」를 지은 일연은 어떠한가?
경북 군위 인각사에 기록된 일연 스님의 자리는 국사(國師)와 같은 국존(國尊)의 자리였다. 항몽의 끝에 등장한 개경정부는 불교의 힘을 중시했고, 일연은 충렬왕의 힘을 등지고 「삼국유사」를 집필했다. 삼국유사는 단순한 야사(野史)가 아니다.
 
「삼국사기」와 비교하여 달리 쓰여진 「삼국유사」의 최대의 특징은 신이(神異)한 사건들에 대한 기록이다. 삼국의 시조 탄생부터 지금 생각하면 이해가 불가능한 신기한 사건의 연속이다. 특별한 존재의 특별한 탄생 이 믿음이 유사를 써내려가는 일연의 역사의식을 만들어간다.
「수이전」과 「삼국사기」 그리고 「해동고승전」 이 셋을 참조하여 각각의 특징을 아루른 하나의 작품을 탄생시킨 일연. 설화나 지괴, 전기를 모으고 역사의 틀을 입혔으며, 고승의 행적을 엮었다. 신이함에 대한 일연의 관심은 궁극적으로 불도의 세계가 보여주는 종교적 영험을 설득하기 위함이 아닐까. 이는 유가적 합리주의에 빠진 우리 인간에게 던지는 고려 불교 국존의 절묘한 서사 전략이다.
 
강의 시간이 짧아 <김현감호>를 통해 풀어낸 자세한 이야기는 듣지 못했으나, 원고에는 이 속에 나오는 인간과 호랑이의 사랑에 대한 일연의 독특한 해석을 담아놓고, 의혹을 풀어주기 위한 보조 이야기로 <신도징과 호랑이 이야기>를 실어놓았다(이 부분에 대해서는 책을 꼭 읽으시기를~*)
사실과 거리가 멀어보이는 황당한 「삼국유사」를 읽어야하는 마음은 무엇일까? 그건 눈에 보이는 사실에 세계에 갇혀버린 우리들의 상상력을 복원하고 그 너머를 숨쉴 수 있는 영혼의 자유와 재미를 얻는 것 그것이 아닐까....
 
교수님 원고의 마지막은 이런 물음으로 정리된다.
“인간/여자이 된 곰이 행복했을까, 아니면 인간이 되기를 포기하고 자신이 뛰놀던 산림으로 되돌아간 호랑이가 행복했을까?”
인간도 호랑이도 자유롭고 행복하지 못한 이 세상, 새삼 다시 묻는다, 나는, 당신은 행복한가 하고.. 김부식과 일연의 예사롭지 않은 이 만남 속에서 행복의 의미를 다시 묻고 찾아보자. 이렇게 엮어 읽는 재미는 고전읽기의 새로움을 부여한다. 국어선생님 모두에게 필독을 추천한다.
 
 
 회원이미지권평정  2012-08-14 09:21   답글    
유동걸 선생님, 역시 꼼꼼하시군요.
대구 전사 15기 연수 후기 숙제를 아직 못하고 있는데,..쩝,.. 뒤끝이 너무 길지요...
사실 포국모 연수를 진행하느라 바빴습니다.
연수를 해보니 위에서처럼 '강의록'을 쓰는 것도 참 좋겠다 싶더군요.
과연 어느날쯤 할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사실 내가 맡은 강신주 선생 강의록은
유동걸 선생 까페에 있는 강의록을 베껴도 될 정도로 비슷했지만 말입니다...ㅎㅎ
또 뵐 기회가 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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