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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겨울전국연수 연수후기(충남대) - 5강 강미희 샘
조회 182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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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이미지이성수
2012-01-30 18:14:54
       

5강. 새로운 길내기 소설 목록 만들기

 

강미희 선생님

 

강미희 선생님은 본인의 이름을 ‘걸고’ 하는 자리가 오늘이 처음이라고 하셨어요. 그간 필명인 ‘강미’를 써왔기 때문에 낯설게 느낄 분도 계실 것 같아요. 오늘 강연은 본인과 소설과의 만남, 인연을 먼저 이야기하시고 그 이후에 소설교육, 성장소설에 대한 이야기를 하시는 순서로 진행을 하셨어요.

 

1. 모든 이에게는 다 새로운 지도안이 필요하다. 아무리 좋은 지도안이 있어도 내가 어떻게 안내를 하느냐에 따라 정말 다르다.

 

2. 아무리 말려도 좋아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아무리 하지 말라 해도 자기가 좋아하는 일은 어쩔 수 없다. 몸이 먼저 가는 일은 해야 한다. 소설을 좋아했는가 보다.

 

3. 소설을 통해 그나마 인간이 되지 않았을까? 다른 사람의 삶이 보이기 시작하면서 나의 세계가 조금 넓혀지더라. 저런 삶도 있구나. 또다른 세상이 있구나. 이런 걸 발견하면서 내가 자라나는 것 같다. 소설이 종교와 같이 나의 마음과 몸을 키워준 것 같다. 세상의 이치는 가장 낮은 것 가장 기본적인 것 가장 명쾌한 것부터 정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학교만 가만히 들여다보아도 세상이 보인다. 쌀알 한 톨에서도 우주가 보인다. 이게 거짓이 아니다.

 

4. 가장 단순한 것에서 큰 것을 발견하는 것. 그것으로 시작하면 된다. 내 마음을 헤아려서 남을 헤아리는 것. 소설을 쓰는 것도 그와 비슷하다.

 

5. 한 번은 합평회를 했을 때의 일이다. 원고를 돌려보면서 다들 한 말씀을 하시는데, 담당 교수가 원고를 확 날린다. 그 원고를 주우면서 눈물이 뚝뚝뚝 떨어지는데... 그런 걸 겪고 나니까 단련이 되더라. 그런 고비를 몇 번 넘고 나니 전문가의 눈이라는 게 뭔지 조금씩 알게 되었다. 왜 잘못 되었는지가 보이기 시작하는 단계.

 

6. 소설가가 된 지 16년 만에 작품집을 펴냈다. 처음에 내가 쓰고 싶었던 것은 30대 여자의 자아정체성 찾기였다. 그런데 그게 나와 맞지 않았다. 내 삶이 전혀 그렇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러다가 아이가 중학생이 될 무렵, 내 삶의 주변 사람들을 찬찬히 살펴보며 글을 쓰기 시작했다. 그게 내 첫 장편소설. <길 위의 책>. 성장소설을 읽으면서 자라는 성장소설 이렇게 잡았다. <살인자들>, <애러비>, <어둠의 혼>, <중국인 거리>, <데미안>, <모두 아름다운 아이들>, <호밀밭의 파수꾼>, <나의 아름다운 정원> <외딴방> 등등 온갖 성장소설을 읽고 추려봤다. 이 작품들을 바탕으로 내 처음 소설이 나왔다.

 

7. (작가가 되기 위한) 소설 공부에는 ‘베껴 쓰기’가 좋다. 대학에 전해지는 우스개 소리 하나. 대학 문예창작과 어느 교수가 숙제를 냈다. ‘일주일에 한 편씩 단편소설을 베껴 와라.’ 어느 학생 하나가 그 숙제를 매번 엄마에게 시켰는데, 일 년 뒤에 그 엄마가 등단을 했단다. 그런데 이건 정말 실화! 소설가 신경숙은 대학노트가 몇 권일지 모를 정도로 베껴 쓰기를 열심히 했다.

무엇인가를 죽어라 따라하고 베껴 봐야 그 따라한 끄트머리에 겨우겨우 10% 정도가 내 것으로 생겨난다. ‘모방’이 중요하다. 하늘 아래 불쑥 솟아나는 완전한 창조란 없다. 시를 잘 쓰고 싶으면 베껴 써라. 수필을 잘 쓰고 싶으면 베껴 써라. 소설을 잘 쓰고 싶으면 베껴 써라. 노래를 잘 하려면 노래를 따라하듯. 베껴 써라.

 

8. 내가 생각한 소설 수업의 흐름은 이렇다.

1) 읽기

2) 베껴쓰기, 질문을 만들어오기

3) 이야기 나누기, 질문 만들기

4) 발표하기, 잘 듣기

5) 글쓰기

 

9. 제목을 붙이는 것이 중요하다. 제목을 붙여야 내 글이 된다. 제목 없는 글은 없다. 한 편의 글을 쓰게 할 때는 반드시 제목을 붙이라고 하자. 선생님들이 글쓰기 교육을 하실 때에 제목 붙이기를 자칫 놓치는 경우가 있는데, 이거 중요하다. 꼭 기억하자. 마찬가지 이유로 책의 표지를 스스로 꾸미는 활동도 중요하다. 나는 활동지 표지를 스스로 만들게 하기 위해서 아무 것도 없는 상태로 표지를 제공한다. ‘이 세상에 단 하나 밖에 없는 워크북’이니 스스로 만들어 내라고 하면 훨씬 더 애정을 갖게 된다.

 

10. 청소년 소설. 2004년 <유진과 유진>, <어느날 내가 죽었습니다>이 나오면서 청소년 문학의 새로운 전기가 마련된다. 이전의 회고형 소설에서 ‘지금, 여기’로 넘어온다. 이 시기는 어린이도서연구회의 왕성한 활동으로 활성화되었던 어린이 책들을 읽으며 자란 세대가 청소년으로 진입하는 시기였다. 이금이 선생이 <유진과 유진>을 쓰기 시작한 계기로, 읽을 만한 책을 찾기 어려워 직접 쓰기로 했다는 말씀을 하셨다. 읽기 욕구가 왕성한 어린이 세대가 성장하면서 자연스레 청소년 문학이 주목받기 시작한 시기라고 할 수 있다.

 

지금 청소년 소설은 포화상태. 2005년 <길 위의 책>이 나온 것도 운이 잘 맞았다(사실 이 부분은 본인의 노력 덕분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아무리 시대가 잘 맞아도 자기가 준비가 안 되어 있으면, 그 시기에 맞는 이야기를 꺼내어 놓을 수 없으면 아무 소용이 없지 않나요?). 나올 만큼 나왔다. 황석영의 <개밥바라기별>. 김형경 <꽃피는 고래> 대작 작가들도 돈이 되니까 뛰어든다.

 

11. 가정에서 실천할 수 있는 가장 소박한 독서 지도 한 가지. 내가 아들만 둘인데, 첫 아이가 초등학교 6학년 때 친구들을 모아 매주 집에 불러들여 책을 읽혔다. 중 3때까지 청소년 소설들을 많이 읽혔다. 읽히면서 중학생들의 세상을 알게 되었고, 아들과 관계가 좋아졌다. 여럿 사이에 섞여 있는 아들을 보면서, 비로소 엄마가 아닌 객관적인 눈으로 아들을 볼 수 있게 되었고, 그래서 아들에 대한 욕심을 버릴 수 있게 되었다. 아들에게 요구할 수 있는 것과 요구할 수 없는 것을 알게 되었다. 욕심을 버리니 자연스레 관계가 좋아지더라. 내가 한 것은 그저 그냥 읽게 한다는 게 전부였다.

 

질문>> 장르 소설 읽은 것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세요?

- 저는 어릴 적에 부모님이 만화방을 하셨어요. 3년간 만화만 보고 살았다. 나쁘지 않다. 네가 원하는 것 하나, 그러면 내가 권하는 것 하나. 이렇게 같이 가자고 하면 되지 않을까.

 

질문>> 동학년 선생님들에게 정규수업시간에 소설 읽히기를 어떻게 하셨는지?

작품 일부가 나오면 반드시 소설 전문을 다 읽혔다. 앞반뒷반 나눌 때는 같이 읽히게 했다. 한 권의 책을 40여 권씩 살 게 아니라, 여러 종의 책을 10권 정도로 나누어 셋트를 만들어 읽히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질문>> 아이들이 일주일에 한 권씩 읽으라 했는데 과연 다 읽는지? 안 읽으면 어쩌는지?

대체로 소설은 다 읽어온다. 비문학 도서는 반 정도? 그 정도만 읽어도 이야기할 수 있는 것들을 찾아서 이야기를 한다. 책 전체를 다 하지는 않고 한 권의 책에서 여러 주제를 뽑아서 모둠별로 주제를 하나씩 맡아서 발표를 하라고 했다.

 

질문>> 많이 읽히면 정말 수능에 도움이 되는지?

일대일로 정확히 겹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책을 참 좋아하고 잘 읽는 학생도 언어점수가 안 나오는 것도 많이 봤다. 문제풀이의 기술은 따로 있는 것 같다. 그렇지만 일생에 책을 많이 읽고 성장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차이는 분명한 것 아닌가? 그래서 그런 의미에서 학생들에게 나는 사기를 치는 것인지도 모르지만 책을 읽으라고 이야기한다.

 

질문>> 아이들에게 책을 계속 읽힐 때 조언이라면?

초6~중3 읽힌 아이들. 부모들도 친구가 되어 계모임을 할 정도가 되었다. 아이들 부모를 처음에 함께 모이라 해서 공부 안 시킨다고 선언. 그냥 책 읽힌다. 서로 친하게 해주는 것이 전부다. 이걸 강조했다. 욕심을 내지 않으면 된다. 이걸 해서 상타고, 점수 올리라고 하면 안 된다. 서로 친하게 지내고 잘 살라고 그저 그 매개가 책으로 하면 좋겠다고. 고등학교는 좀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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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 인상 깊었던 것은 아이들에게 ‘그저 책을 읽히기만 했다’는 것이었어요. 아... 우린 왜 그리 욕심이 많을까요? 책을 읽으면 독후감을 쓰면 좋겠고, 독후감을 쓰면 논술도 쓰면 좋겠고, 논술도 쓰면 토론도 하면 좋겠고, 토론도 하면 공부도 하면 좋겠고, 공부도 하면 성적도 오르면 좋겠고....

 

‘책을 읽는 것은 그 자체로 충분하다.’는 이 평범한 진리가 왜 머리로는 이해가 되는데 몸으로는 실천이 안 되는 것일까요? 강연 말미에 어떤 분이 책을 많이 읽는 것과 언어영역 성적과 상관관계가 있는지를 여쭤보셨는데, 그 답으로 ‘상관관계는 모르겠다. 다만 책을 읽고 자란 사람과 안 읽고 자란 사람의 인생은 분명 차이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것으로 충분한 것이 아닌가?’하는 명답을 주셨어요.

 

“책을 읽는다. 그것만으로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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