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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제 동무의 책을 소개합니다.
조회 54
회원이미지이정관
2012-03-23 13:46:38
       
동무의 책을 소개합니다
 
 
그 동무는 지금 없습니다. 이 세상 살기가 힘들어 지가 지 인생을 버렸지요. 그놈이 지 인생을 버리기 전날 집필실을 완성했다고 술 한잔 하자 해서 동무들 모여 술 한잔 마셨지요. 경천의 산속 바람좋은 공기와 그놈의 웃음과 함께. 술자리를 마치고 같이 돌아서면서 집필실 문을 잠그는 그놈에게 번호키로 바꾸고 내게 그 번호 알려달라고 했지요. 그러마 하는 그놈의 대답이 그놈의 마지막 인사였지요. 그 다음날 홀로 세상을 버렸다는 이야기를 듣고 망연하게 했던 놈.
대학 시절 같이 글을 썼던 동무입니다. 지지리도 가난했던 우리들은 술값만 같이 나눈 게 아니라 차비도 같이 나누며 살았지요. 그 녀석의 집은 군산, 난 전주. 전주에서 학교를 다녔기에 가깝다는 이유로 나는 걸어가고 그놈한테 차비를 몽땅 주어야 했지요. 차비만 털어준 것이 아니지요. 제가 그놈보다 일년 먼저 교사가 되고 방 두 칸짜리 전세를 얻어 들어간 집 한 칸을 그 녀석이 몇 달 점거하기도 했지요. 내 두 벌밖에 없는 내의를 갈아입던 동무. 아내가 내의를 빨아서 둘 다 추워서 외출도 못하고 긴 이야기를 나누던 동무. 나보다 내 아내에게 더 많은 용돈을 받아서 쓰던 동무. 한 푼도 안 갚고 도망치듯 사라진 동무.
그 동무의 책이 나왔습니다. 책 나오기 전에 수도 없이 읽어보라고 글사역을 시키더니 끝내 그 책이 세상에 나오기 전에 지쳐서 먼저 도망친 놈. 그놈은 절대 제 삶에서 이쁜 놈은 아닙니다. 그런데도 이렇게 사람들에게 그 책 읽으라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글을 쓰면서 글에 눌리고, 세상에 눌리고, 학생들에게 눌리고. 어쩌면 제 마음대로 사는 저한테도 눌렸는지 모릅니다. 그놈이 제게 많은 빚을 지고 도망갔는데도 책무의식은 제가 느끼며 삽니다. 그래서 이렇게 그놈의 책을 이야기합니다.
목숨으로 쓴 책이라 더 그런지 모르겠습니다. 아직 출간되지 못한 마적 14권을 세상에 남은 우리들이 책으로 보고 싶은 욕심이어서 그럴 것입니다. 같이 읽어볼 만한 책이라 여기기 때문이라고 변명하면서 동무의 책을 소개합니다.
‘시골무사 이성계’. 책이름입니다. 그놈 이름은 서권입니다. 1984년에 실천문학에서 시 ‘황사바람’으로 등단했던 서소로가 그놈입니다. 2007년에는 ‘검은 선창’으로 다시 실천문학에서 소설가로 등단했습니다. 국어교사모임도 안 한다고, 전교조도 안 한다고 제게 눈총을 받으며 참 많은 글을 쓰고 그걸 그냥 가슴에 안고 가버린 놈의 첫 소설책입니다.(제가 첫 소설책이라 말하는 것은 마적 14권을 세상에 내놓고 싶기 때문입니다.)
읽을 만합니다. 저는 그놈이 인월이라는 제목으로 보낸 원고로 읽었습니다. 원 제목이 인월이었는데 출판사에서 시골무사 이성계로 바꾸어 냈습니다. 제목을 그렇게 바꾸니 인월보다 잘 팔리겠다는 생각도 합니다. 잘 팔렸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야 그 힘으로 마적을 세상에 내놓을 수 있을 테니까요. 마적도 제게 파일로 있습니다. 그 글도 글사역을 동무들이 함께 했기 때문이지요. 마적은 시골무사 이성계보다 더 매력있는 책입니다.
원래는 제 동무들이 마적1을 책으로 출판하고자 했습니다. 마적1만으로도 충분히 작품성도 있고 해볼만 하다고 생각해서입니다. 그래서 동무들끼리 출판비도 모았습니다. 정 안되면 한정판이라도 내보자고. 다행이도 안도현이, 전북작가회의가 도와줘서 다산책방에서 시골무사 이성계가 세상에 나왔습니다.
사서 읽어보시기를 소망합니다.
 
길었습니다. 30년 넘게 함께 한 동무라 할 이야기가 많은가 봅니다. 이 글이 우리 모임의 취지와 어긋나는 글이 될지도 모릅니다. 그래도 그냥 우리 선생님들에게 제 동무의 글을 권하고 싶어서 이렇게 올립니
 
 회원이미지정영현  2012-03-26 10:25   답글    
저도 얼마 전 대학 친구가 홀연히 세상을 떠났는데...선생님 글 읽으니 그 친구가 생각 나네요.
함께 아파하며, 추천하신 책도 읽겠습니다.

명복을 빕니다...
 회원이미지권정혜  2012-05-10 02:21   답글    
꼭 사서 읽겠습니다.
정분이 그토록 두터웠던 친구를 보내야 하는 아픔이~ 짠합니다.
 회원이미지권정혜  2012-05-10 02:21   답글    
그리고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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