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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내가 곽노현 교육감을 지지하는 이유
조회 83
회원이미지송승훈
2011-09-07 08:45:00
       
내 마음을 돌아보았다. 나는 왜 곽노현 교육감에 대해 우호적인 것일까.
 
첫째, 그에게서는 죄의 냄새가 나지 않았다. 보통 뇌물 사건이 터질 때는 비리 사례가 선물세트처럼 여러 개가 주르륵 나온다. 공정택 전 서울시교육감을 보면 그런데, 돈을 받은 곳이 한두 군데가 아니었다. 비리를 저지르는 사람들은 어느 한곳에서만 돈을 받지 않는다. 그것은 하나의 가치관처럼 비리 당사자에게 내면화되어서 일상적으로 사방에서 돈을 받아 챙기는 게 습관처럼 진행된다.
 
곽노현 교육감은 그러지 않았다. 박명기 후보가 선거빚에 눌려서 생활이 어려워졌기에 그에게 준 돈 이외에 다른 내용들이 나오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곽노현 교육감이 죄를 저지르는 사람이라고 여겨지지 않았다.
 
둘째, 돈 많이 주는 사람에게 도움이 되게 정책을 운영하지 않았다. 뇌물을 받는 사람은 돈 준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정책을 만든다. 역시 공정택 전 교육감이 대표적이다. 그는 급식업체에게서 돈을 받았고 서울시 학교들은 전국에서 가장 직영급식 비율이 낮게 되었다. 서울과 바로 붙은 경기도교육청이 보수교육감 시절에 직영 급식을 추진한 것과 대비가 된다. 특정한 기업에서 돈을 받으면 그 기업에 유리하게 정책을 만들어주는 게 보통이다.
 
곽 교육감은 돈과 관련된 사람이나 집단에게 특혜를 주지 않았다. 그가 추진한 정책은 시종일관 사회적 약자를 위한 정책이었다. 그 자신에게 돈을 줄 수 있는 힘센 집단이나 돈 많은 집단에게 도움이 되는 정책을 추진하지 않았다. 나는 그러기에 그가 돈과 관련해서 의심이 가지 않았다.
 
셋째, 그가 선거빚 보전을 위해 상대 후보에게 준 돈은 관행이었다. 후보단일화를 한 다음에 사퇴한 후보에게 선거비용을 보전해주는 것은 관행이라고 맨처음 언론보도에 나왔다. 상대에게 이익을 주고 혜택을 바란 것이 아니다. 상대가 손해 본 것을 만회해주는 일이었다. 그것도 다 보전해주지도 못하고 일부만 보전해주어서 상대는 상당 부분 손해를 본 상황이다.
 
상대가 이익을 보지 못하고 손해를 본 결과인데도 그것을 비리라고 부를 수 있을까. 나는 이 사건을 보며 몇 년 전 모 정당의 정치인이 차떼기로 거액을 정치자금으로 전달받고 하던 때에 김근태 의원이 자신도 정치자금을 받았다고 지금 정치판이 문제라고 양심선언을 했다가 검찰수사로 거의 매장당할 뻔한 일을 떠올렸다. 그때 모두들 김근태 의원이 깨끗한 인물임을 알고 있었는데 그랬다.
 
내가 듣기 싫은 말은 '어떻게 교육감이나 되어서 그렇게 서툴게 돈을 주어서 탈이 나는가?'라는 소리다. 노회한 보수정치인들처럼 세련되게 부하 참모에게 일을 맡겨서 걸리지 않게 돈을 전하면 탈이 안 났을 게 아니냐는 소리로 들리기에 그렇다. 모두들 정치판에 돈이 오고가는 줄 알면서도, 왜 걸리게 했느냐고 말하는 것이다. 이것은 개인이 문제가 아니라 정치 제도가 문제인 상황이다. 선거빚 보전을 할 수 있게 법을 고쳐야 이런 일이 근본적으로 해결된다.
 
곽노현 교육감은 비리 인생을 살지 않았다. 그가 추진한 정책도 그에게 돈을 가져다줄 만한 돈 많은 이들을 위해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러기에 나는 그가 사퇴한 후보에게 준 돈이 그의 말대로 선거빚에 짓눌려 자살을 생각한 상대를 위해 인간적으로 도운 일이라고 본다.
 
검찰은 오늘 그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한다고 한다. 슬프다. 한 인물을 이렇게 쉽게 사회가 버려서는 안 된다. 이것은 정의를 세우는 일이 아니다.
 
- 구름배 올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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