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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건축, 집에 대해 제가 책을 펴냈어요 <제가 살고 싶은 집은...>
조회 51
첨부파일
회원이미지송승훈
2012-06-30 09:42:26
       

이거 원 새벽에 비가 장난이 아니군요. 폭포소리를 내며 비가 떨어져요. 저희집 밭에 있는 강냉이들이 홍대 춤꾼들처럼 몸을 흔드는군요. 아주 가물었다가 오는 비라 반가운데 너무 세게 오니까 겁이 나기도 하네요. 제가 학교 뒷산에 집짓고 산 지가 벌써 다섯 해째가 되네요. 산중턱에 있는 집이라 자연의 날씨 변화가 잘 느껴집니다. 예전에 서울에 있는 도시 건물에 살 때와는 환경에 대해 느끼는 정도가 다릅니다.  


제가 집에 대해 책을 펴냈습니다. 집을 지으며, 건축가 이일훈 선생과 편지를 주고받았는데 그 편지로 책을 엮었어요. 편지를 모으니 에이포 208쪽, 여든두 통이어서 책으로 엮을 만했지요. 이일훈 선생은 사회성 있는 작업들을 해온 분이지요. 인천 만석동에 있는 공부방인 기찻길 옆 작은학교나 부천에 있는 천주교 노동자인성센터를 설계했지요. 서점에서 건축 책을 삼사십 권 사다놓고 읽다가 이일훈이라는 이름을 처음 알았어요. 좋은 집은 형태가 시각적으로 멋진 집이 아니라 사람이 살기에 좋은 집이다, 집을 큰 덩어리 한 개로 만들지 말고 나누고 쪼개서 여러 덩어리로 만들면 맞창을 낼 수 있어서 자연환기가 잘된다, 나누어진 덩어리 사이에 생긴 틈을 이용해서 바깥에서 활동할 자리를 만들어두면 사람이 집 바깥으로 자꾸 나가서 살게 되어 삶이 건강해진다는 말에 고개를 끄덕였지요.  

 

이름난 건축가들이 설계해서 잡지에 난 건축물에 실제 찾아가 보니, 그 안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환기가 안 되어서 괴롭다고 이야기하는 경우를 여러 번 보았어요. 대표적인 게 통유리로 만들어놓은 통창인데, 빛은 많이 들어오고 단열은 안 되어서 공간의 쾌적성이 많이 떨어지더라고요. 파주 출판단지에 있는 유명한 출판사 직원들이 하는 이야기였어요. 가깝게는 전국국어교사모임에 들어가 있는 나라말 사옥도 그랬지요. 손님으로 가서 보기엔 멋진데, 그 안에서 일하거나 살려면 힘들었어요. 높은 분들에게 잘 보이려는 학교의 전시행정과 같은, 신문과 방송과 잡지사 기자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건축이지요. 그 안에 사는 사람들의 삶은 뒷전이고요. 그래서 공간의 건강함을 말하고 자연환기를 말하는 이일훈 선생의 채나눔 건축론에 마음이 끌렸지요. 

 

국립중앙도서관에 가서 건축잡지를 10년치 쌓아두고 보았어요. 보통 다른 건축가들의 작품은 플라스틱으로 찍어낸 듯 흠집 하나 없이 깔끔한데, 이일훈 선생의 작업은 때가 타 있고 거칠고 녹물이 흐르고 그랬지요. 저는 매끈한 사진들보다 때가 타 있는 건축물의 사진이 더 마음에 와닿았습니다. 사람이 사는 게 저렇게 흠집 많고 상처 입고 그러면서 꿋꿋하게 서서 걸어가는 거야 하는 생각이 들어서였어요. 건축학자 임석재 선생이 쓴 평론에는 '쓰레기가 잘 어울리는 집'이라고 되어 있어서, '음 이거 괜찮은데.' 하고 더욱 제 마음에 들었지요. 

 

요즘 건축이 사회적 관심사인데, 집짓기와 건축에 대해 한번 알아볼까 하는 분들께 '제가 펴낸 책도 읽어볼 만한데요' 하고 권해봅니다. 제목은 <제가 살고 싶은 집은...>이라고 평범해요. 부제는 '건축가 이일훈과 국어선생 송승훈이 e메일로 지은 집, 잔서완석루'이고요. 서해문집에서 펴냈어요. 건축 문외한이 건축가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그런 문외한의 생각에 대해 건축가는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알 수 있는 책이랍니다. 시중에 나온 집짓는 실용서와는 조금 다른 빛깔로, 건축을 보는 시각과 관점에 대해 말을 거는 책입니다. 

 

"나는 어떻게 짓는가보다 어떻게 사는가를 먼저 묻는 게 건축이라고 여긴다." - 이일훈 

 

건축 구경을 할 때, 집을 둘러볼 때, 생김새에 대해 먼저 말하지 말아주세요. 그 집에 사는 사람이 어떻게 살까, 저 건물에서 일하는 사람은 노동환경이 쾌적할까 하고 물어주세요. 

 

 

 

 

 

 
 회원이미지김진영  2012-07-01 20:09   답글    
우와 우와 이 책이 드디어 나왔군요!!^^
선생님의 땀과 결실의 크기만큼 잘 나왔어야 할텐데요.
재미있게 읽겠습니다~~
제목, 고민의 흔적이 느껴집니다 선생님!!
바꾼 제목이 이전보다 훨씬 더 좋은 느낌을 줍니다.
    회원이미지송승훈  2012-07-04 10:40   답글    
   진영샘~ 이렇게 댓글 달아주어서 고마워요.
바꾼 제목이 낫다니 정말 다행이에요.
제목 정하기가 이렇게 어려운 줄 예전엔 몰랐네요.
샘이 어떻게 읽을지 궁금합니다. 나중에 꼭 얘기해주세요.
 회원이미지박혜숙1  2012-07-02 00:16   답글    
샘, 축하해요.
제목도 정말 좋아요.^^
삶의 공간을 고민하시는 많은 분들께 도움이 될 거라 믿어요.
    회원이미지송승훈  2012-07-04 10:41   답글    
   우리집 처음 짓고 우르르 학생들을 데리고 오신 박 선생님, 반가워요.
그 친구들에게 이 책을 보여주고 싶군요.
 회원이미지류원정  2012-07-02 00:17   답글    
샘 표지, 제목 다 좋아요 ^^ 글 끝에 있는 그림은 예쁜 그림 엽서로 만들어서 책 사는 사람에게 끼워주면 좋을 것 같아요. 그림 빛깔이 참 이쁘네요. ㅎㅎ 저희 학교 책 읽는 모임에서 7월에 이 책을 함께 읽기로 했어요. 예스24에서 이벤트(특정 기간에 주문하면 저자 사인을 해서 보내 준다는 ㅋㅋ) 하기에 제가 한꺼번에 여러 권을 주문했어요. 모임 샘들에게 이야기했더니 많이 기대하고 계셔요. ^^ 샘, 책 내신 것 축하해요~~!
    회원이미지송승훈  2012-07-04 10:44   답글    
   표지를 시안을 받은 것은 양평 용문사 옆 계곡에서였어요.
사무실 사람들과 같이 계곡에 발 담그고 있는데 이메일이 왔지요.
두근두근 정한 표지인데 괜찮으니 다행이에요.
샘 학교 샘들과 같이 이 책을 읽기로 했다니, 흑흑 감동이에요.
함께 이 책을 읽은 분들과 언제 우리집 구경 오세요~
책 읽고 토론했으면 그 집에 가서 볼 수 있죠^^
 회원이미지임미진  2012-07-03 15:25   답글    
샘, 축하드려요~~
샘 댁은 못가봤지만,,저도 사볼께요...사 보면 언제가 이런집에서 살 수 있겠죠?^^
    회원이미지송승훈  2012-07-04 10:45   답글    
   임 선생님 언제 잔서완석루에 오십시오.
기념사진도 찍어 현상해서 선물로 보내드릴게요~
샘은 더 멋지고 소중한 집을 지으실 거예요.
 회원이미지송승훈  2012-07-16 23:55   답글    
CBS 정관용의 시사자키에서 이일훈 샘과 제가 책 이야기를 했어요.
20분 정도 나오는데 방송을 듣고 싶은 분은 아래 주소를 주소창에 넣으시면 되어요.

http://www.cbs.co.kr/radio/pgm/aod_view.asp?pgm=1383&mcd=_REVIEW_&num=215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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